[사설] 국립대 개혁안 현실성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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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육부가 올 2월 구성, 운영해 온 '국립대학발전계획수립 종합추진위원회' (위원장 金信福 서울대 행정대학원장)가 발전계획안을 내놓았다.

이 계획안을 놓고 오늘 공청회를 갖는다. 이 계획안의 골자는 국립대를 책임운영기관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것과 국립대의 기능을 분화하겠다는 것이다.

국립대를 책임운영기관으로 바꾸는 것은 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방만하고 경직된 운영을 해 온 국립대의 효율성을 높이고,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학도 '책임경영제' 가 필요하다.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도 지난해 국립대의 독립기관(Agency)화 방침을 정했다. 2003년부터 점진적으로 국립대를 독립행정법인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현실의 문제점이나 개혁안의 취지.목표가 일본이나 한국의 경우 비슷한 점이 많다. 국립대가 책임운영기관이 되면 총장의 선출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현재의 직선제 대신 공모제를 통해 대학 안팎의 유능한 인재를 총장으로 선출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선거과열 등 직선제의 모순과 문제점을 해소하는 좋은 측면도 없지 않다.

특별회계제도의 도입 계획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는 학생들이 낸 등록금과 대학의 자체 수익금이 일단 국고로 흘러들어갔다가 다시 대학에 배분된다.

그러나 이 제도가 도입되면 그 돈이 곧장 각 대학의 특별회계 계정으로 흘러들어간다. 이를 통해 대학의 자율경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국립대의 기능을 연구중심.교육중심.특수목적.실무교육중심 등 네가지로 나눠 운영하겠다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서울대 등 일부 국립대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의 국제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국립대의 기능을 분화하고 특성화하면 특히 지방국립대들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처럼 이상적으로 보이는 계획들에 과연 현실성과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가 문제다. 개혁은 정권과 정부에 강력한 힘이 있고 국민들의 기대수준이 높은 때 밀고 나가야 추진력이 뒤따른다.

일본 사례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있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일본은 국립대의 독립행정법인화에 훨씬 앞서 1964년 특별회계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공적 교육기관에 대한 투자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 "국립대에까지 꼭 경영마인드를 적용해야 하느냐" 는 반론과 비판이 적지 않았다.

현실에 맞는 개혁안이 되자면 단계적 적용이 순리다. 우선 특별회계제도를 도입해 대학의 연구사업 수익 등을 자율적.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현재 책임운영기관으로 바꿀 의사가 있는 일부 대학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시범운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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