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저희도 70” … YS “70이면 아직 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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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YS·83) 전 대통령은 1일 서울 상도동 자택에 들러 새해 인사를 마치고 떠나려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의 손을 한참 동안 붙잡았다. 김 전 의원은 이날 권노갑·한광옥·김옥두·한화갑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원로들과 함께 상도동을 찾았다. 동교동계가 세배하러 상도동을 찾은 건 YS와 DJ가 민주화추진협의회를 함께하다 1987년 갈라선 뒤 처음이다. 김 전 의원은 “70년대 몇 차례 아버지를 모시고 상도동에 들른 적은 있지만 세배하긴 처음”이라며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검소하게 사시는 모습은 그대로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일 상도동 사저를 방문한 동교동계 전 의원들로부터 신년 인사를 받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옥두·한광옥·한화갑 전 의원. [안성식 기자]

20여 분간 계속된 만남의 자리는 화기애애했다. 한영애 전 의원이 “저희도 70인데 대통령님은 여전히 멋지시다”고 말하자 27년생인 YS가 “70이면 아직 애예요, 애. 어디 가서 ‘70’이라 하지 말라”고 되받아 웃음이 터졌다. 동교동계 막내 격인 장성민 전 의원이 큰절을 하곤 “세뱃돈은 안 주시느냐”고 하자 YS는 “세뱃돈은 안 줘요”라며 웃었다. 민추협 시절 회고담도 나왔다.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가 “민추협 대변인 시절 봉천동 집에서 출발하면 상도동을 들러 동교동에 가는 게 코스였다”며 “그때마다 대통령님(YS)이 차를 끓여 주곤 했다”고 말했다.

YS는 이날 새벽까지 계속된 국회에서의 여야 몸싸움과 막말을 화제로 올렸다. “나는 전두환·박정희 같은 군사독재자들만 몰아내면 다 끝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제 국회만 해도 꼴이 뭐냐. 지구상에 이런 국회가 없다”고 했다. 그러곤 “선진적으로 안 되는 게 정치 하나뿐”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초선 때이던 3대 국회 시절을 떠올리며 “당시엔 치안이 안 좋아 갱찰(경찰)을 한 명 붙여 줬어요. 배지 달고 (경찰과) 같이 전차 타면 구경거리로 봤다”며 “지금은 의원들이 자동차도 있고, 멋있게 다니는데 국회는 왜 안 돼요”라고 반문했다. “지금은 애국이란 말이 사라졌다”고도 말했다.

동교동계가 상도동을 떠난 지 한 시간 여 뒤엔 YS 차남인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과 김무성·이종혁 의원,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 특보 등 상도동계 인사들이 동교동을 방문해 DJ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문안 인사를 했다. 이 여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나라 발전을 위해 어른으로서 가르침도 주고 하니 참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상도동 인사들은 김대중도서관도 찾았다. 이종혁 의원은 “우리도 YS를 위해 (기념관을) 기획하고 준비 중”이라며 “주마간산이 아니라 꼼꼼하게 봤다”고 말했다.

글=임장혁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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