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최고 실세로 뜨는 오극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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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부 실력자인 오극렬(79·대장·사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권력 서열에서 앞서는 김영춘(74·차수) 인민무력부장의 공백을 틈 타 군 최고 실세로 자리잡아가는 모습 때문이다. 김영춘은 지난해 11월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군 부대 방문 수행 이후 공석에 나타나지 않아 건강 이상설이 나온다.

북한 중앙통신은 1일 김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0일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은하수관현악단의 신년 경축 음악회를 관람한 소식을 전하면서 오극렬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영일 내각 총리에 이어 소개했다. 과거 김영춘과 이용무(87) 국방위 부위원장에 이어 등장했지만 이번에는 군부 최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북한 만수대예술단의 삼지연악단이 지난해 12월 3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신년 경축음악회 공연을 하고 있다. 북한 당·정·군 간부와 평양 주재 각국 대사관 관계자·국제기구 대표, 평양을 방문 중인 해외동포들이 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군 내 유력 파벌 중 하나인 소련 푸룬제군사학교 유학파인 오극렬은 36세에 공군사령관에 올랐다. 소장파 선두주자였던 그는 군 숙청을 추진하다 오진우(사망) 인민무력부장에 의해 1988년 총참모장에서 해임되는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김정일에 의해 살아났다. 89년 노동당 작전부장으로 복권된 후 20년간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67년부터 현재까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국회의원)을 9번 지낼 정도로 권력을 유지해왔다.

오극렬은 지난해 2월 김정일에 의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측근임을 과시했다.

정부 당국자는 “오극렬이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에 필요한 군부의 지지 확보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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