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이 '행정수도 반대'라는 글러브를 끼고 링에 뛰어올랐다. 오른손으론 노무현 대통령과 싸우고 왼손으론 당내 차기 선두주자인 박근혜 대표에게 맞서고 있다. 소신.돌파력이 그의 무기라면 재산.병역.나이는 방어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이 행정수도 특별법을 통과시켜 주기 며칠 전 이 시장은 최병렬 대표.홍사덕 총무.신영국 국회건교위원장을 조찬에 초대했다. 특별법에 맞서는 우군으로는 손학규 경기지사와 안상수 인천시장도 동석했다. 이 시장은 반대론을 이끌었다고 한다.
"2002년 대선 때 당은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공약에 반대했다. 그런데 2004년 총선의 충청표를 의식해 찬성한다면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다. 수도 이전은 국가 백년대계다. 정략적으로 계산하면 안 된다. 만약 통과시키면 당 지도부는 역사의 죄인이 된다."
최 대표는 "그 말이 맞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도리가 없다. 충청권 의원 14명이 당이 반대하면 탈당하겠다는데 그러면 과반이 무너진다"고 했다.
반대론을 주도했지만 그렇다고 이 시장이 행정수도 문제를 독차지할 수는 없다. 손 지사도 반대 투쟁에 뛰어들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조찬 때도 세게 반대했다. 그러나 행정수도에 관한 한 제1의 당사자는 서울이어서 이는 일단 '이명박의 이슈'가 되고 있다.
이 시장은 강력한 차별화 전략을 쓰고 있다. 박 대표가 '행정특별시'라는 대안으로 충청표도 노리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을 구사하는 반면, 그는 '완전하고 철저한 반대'를 외친다.
그러나 링에 뛰어든 이 시장에겐 장애물이 많다. 우선 그의 재산은 공시지가로만 200억원에 육박한다. 서울시 국정감사를 주관할 국회 정무위의 장영달(열린우리당)위원장은 "이 시장이 부를 축적할 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의혹을 밝혀야 한다는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열린우리당의 보좌관들이 내 재산을 뒤진다는 제보를 받고 있다"며 정면승부를 천명하고 있다.
제2의 장애물은 병역문제다. 가난했던 이 시장은 고려대 상과대 2학년 때 논산훈련소를 찾아갔다. 그러나 영양 부실로 인한 기관지확장증 등으로 입대를 못했고 이듬해 병역을 면제받았다고 한다. 유권자들이 이를 받아들인다 해도 군대를 못 갈 만큼 허약했던 건 약점이다.
또 다른 장애물은 나이다. 그는 2007년에는 66세다. 요즘 세태로는 부담스러운 나이다. 그러나 그는 "이 나이로 청계천을 살리고 있고 버스혁명을 이뤄냈다"고 말한다.
김진 정치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