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차 내각'을 발족시키고, 집권 3년5개월째인 고이즈미 총리가 이같이 대폭 물갈이를 한 것은 집권 후반기를 맞아 자신의 권력을 강화, 개혁과 외교안보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새로 입각한 각료 11명과 자민당 3역 모두는 고이즈미 총리를 추종하거나 지지하는 인사들이다.
이번 각료 중 9명은 초임이다. 자민당 내 여러 파벌 중 고이즈미 총리가 속해 있는 모리 요시로(森喜朗)파가 기존 3명에서 5명으로 늘었다. 참의원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한 아베 신조(安倍晋三)간사장은 간사장 대리로 임명해 당내 개혁을 맡겼다. 그만큼 총리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커졌다. 일본 언론들은 개각의 특징을 '우정(우체국) 민영화를 위한 포진'으로 규정했다. 우정 민영화는 고이즈미 총리가 내세운 주요 구조개혁 대상 중 하나다. 그러나 개혁반대세력에 의해 지지부진했다. 따라서 이번 개각으로 개혁을 밀어붙여 개혁의 도미노 현상을 만들어 내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차원에서'우정 민영화 담당상'이 신설되고, 고이즈미 내각의 경제개혁 전도사인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경제재정상이 겸임됐다. 다케나카는 2001년 4월 고이즈미 내각이 들어선 이후 유일하게 지금껏 유임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외교에서도 고이즈미 총리의 입김이 대폭 커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가와구치 전 외상과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자민당 부총재를 총리보좌관에 임용했다. 야마사키는 자민당의 거물이며, 고이즈미 총리의 정치적 맹우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8일 "고이즈미 총리가 신임 외상에게 중국 등 주변 국가와의 관계 개선, 북한과의 핵.납치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또 미.일 동맹 강화를 주장해온 야마사키를 통해선 주일 미군 등 대미 현안을 풀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외교가 더욱 활발해질 조짐이다.
그러나 마치무라 외상은 28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기리고 항구 평화를 다짐하는 것은 당연한 행위"라고 밝혔다. 또 "제재를 하나의 대북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