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남매 낳아 애국자 소리 듣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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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상훈(뒷줄 왼쪽에서 셋째) 과장은 지난 크리스마스 때 부인 이승희(뒷줄 맨 왼쪽)씨, 6남매와 함께 가족사진을 찍었다.

그는 아이들이 좋았다. 1990년 결혼식을 올리면서 신부에게 말했다. “아이는 다섯쯤 낳자.”

마음 좋은 신부는 그를 그보다 하나 더 많은 여섯 아이의 아빠로 만들어줬다. 19살인 맏이부터 6살인 막내까지 5남1녀를 둔 그는 아이들 덕에 지난달 31일 근무하는 직장에서 상을 탔다. 국무총리실 사회통합정책실 김상훈(47) 환경정책과장. 저출산 대책과 관련, 총리실이 정부기관 중에는 처음으로 세 명 이상 자녀를 양육하거나 부모를 봉양 중인 직원을 대상으로 제정·표창한 ‘행복한 가정상’을 받았다.

“아내에게 고마울 뿐이죠.”

김 과장은 공을 부인 이승희(45)씨에게 돌렸다. 전업주부인 아내는 지금 여섯 살인 막내를 낳은 뒤에야 “이제는 그만 낳겠다”고 했다. “상상 이상으로 힘든” 아이 여섯, 여덟 식구의 식사준비, 빨래도 척척 해냈다.

김 과장은 그러면서도 쑥스러워 했다. 공무원이긴 하지만 국가를 위한다는 거창한 생각까진 없었는데, 주변에선 ‘애국자’ 라고들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과거엔 아이를 많이 낳은 게 마음에 걸린 적도 있었습니다. 제가 환경부 출신이거든요. 환경 문제가 인구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인식이 있어 좀 부담스럽기도 했죠.”

그래서인지 그가 느끼는 격세지감은 더 크다. “셋째를 낳을 때인 1995년에는 건강보험 처리도 안됐어요. 출산 억제 정책 얘기가 나올 때거든요. 그래도 97년 넷째를 낳을 때 건강보험 처리를 해주는 걸 보고 정부 정책이 변화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때도 출산 장려까지는 아니었는데 여섯째 낳을 때는 인식이 바뀌어서 놀랐습니다.”

김 과장은 교육비나 생활비를 어떻게 해결할까. “저나 아내나 공부는 혼자서 하는 거라고 생각하려 합니다. 둘째가 학원에 다녀본 적은 있는데 기본 원칙을 학원 안 보내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대신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면 인생에서 훨씬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자주 말하는 편입니다.”

김 과장은 “아이들이 먹을 것 가지고 싸울 때는 ‘우리는 왜 이리 식구가 많아서 이래야하나’라며 투덜대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나, 둘만 낳았으면 너희가 어떻게 있고 형제가 있겠느냐’라고 하면 조용해져요”라며 웃었다.

“주변에선 조금 더 하면 축구팀 만들겠다는 농담도 해요. 전 오케스트라를 했으면 합니다. 꼬맹이(다섯째)는 클라리넷, 딸은 바이올린을 학교에서 배웠거든요. 나중에 다들 악기를 하나씩 하는 조촐한 악단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는 여섯 아이의 행복한 아빠였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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