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보다 단타를 … “적립식 주식형 펀드가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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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전문가들이 올해 재테크 전략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다. 그만큼 개인 투자자들이 돈 불리기가 녹녹지 않은 상황이 예상된다. 이럴 때 무리하게 홈런을 노리다간 헛스윙을 하기 십상이다. 그러니 일단 어깨에 힘 빼고 배트를 짧게 잡으란 얘기다.

본지의 설문에 응한 은행·증권·보험사의 재테크 전문가 6인의 진단도 같았다. 금융위기의 여파에 극단적으로 떨어졌던 자산 가격은 지난해 빠르게 회복됐다. 과감하게 뛰어든 투자자들 대부분이 큰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동시다발적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출구전략 등 변수가 많아진 탓에 자산 가격의 급등락이 잦을 전망이고 언제, 어디에 투자했느냐에 따라 성패가 크게 엇갈리리란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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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펀드가 1순위=굴곡은 있겠지만 경기 회복세와 증시 상승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단 그 물결에 올라타는 게 올 재테크 전략의 기본이다. 다만 ‘파도 타기’를 얼마나 능숙하게 해내느냐가 문제다. 설문에 응한 재테크 전문가들이 추천한 유망 금융상품에 주식형 펀드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주식 시장에 발을 빼지 않으면서도 변동성에 그때 그때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 그래도 펀드만한 게 없다는 얘기다. 국민은행 조세현 목동PB센터 팀장은 “주식형 펀드에 중장기 투자한다는 큰 틀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만 펀드를 고를 때는 예전보다 더 깐깐해져야 한다. 대부분의 종목이 올랐던 지난해 장세와 달리 올해는 종목별·업종별 차별화가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펀드별 수익률 편차가 벌어질 수 있는 환경이다. 대우증권 오대정 WM리서치 팀장은 “특정 업종이나 테마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보다는 우량주에 골고루 투자하면서 장기 수익률이 좋은 펀드가 1순위”라고 말했다.

해외 펀드보다는 국내 펀드가 유리하다는 조언이다. 무엇보다 올해부터는 해외 펀드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주식매매 차익에 15.4%의 소득세가 부과된다. 또 원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해외 펀드로 환차익을 거두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원자재 펀드를 추천하는 빈도도 높았다. 미래에셋생명 이호원 재무컨설팅 팀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요국들의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원유 등 원자재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펀드 투자금 중 일부를 원자재 펀드에 분산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또 크게 오르지도, 크게 떨어지지도 않는 횡보 장세를 전망하면서 주식연계증권(ELS) 등을 주목하라는 의견도 나온다.

◆변화에도 대비를=펀드에 들 때는 가급적 적립식을 택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하나은행 김창수 아시아선수촌 골드클럽 PB팀장은 “어느 때보다 투자 자산과 시점을 분산하고 장기 투자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킬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투자성향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금융자산의 상당 부분은 안전 자산에 배분하라는 의견이 많다. 언제 닥칠지 모를 위기와 기회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다.

올해에는 특히 거시 지표의 변화를 눈여겨봐야 한다. 특히 금리를 올려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이 언제 가시화될지, 혹 유가가 경기 회복 속도보다 빠르게 오르지는 않는지 유심히 지켜보라는 조언이다. 이런 변화에 따라 투자자산이나 투자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성진 센터장은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 경계 신호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저금리로 이자 자산의 매력이 낮아진 상황이지만 하반기부터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상승이 본격화하면서 채권 투자의 매력도 슬슬 살아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민근·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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