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아침] - '공기의 꿈.I'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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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손종호(1949~ ) '공기의 꿈.I' 전문

비어 있음으로
오히려 가득 채우는
보이지 않음으로
오히려 내 심장을 숨쉬게 하는

하늘 높이 푸른 살을 적시고
가장 낮은 땅
풀잎 외로움 하나에도
고요히 뺨을 부비는

시간도 공간도 다 비껴서서
거저 세상에 열어놓은
투명한 사랑
그리고



물은 생명의 기원. '클라미도모나스'의 분열에서부터 산소를 내뿜기 시작한다. 이 모체 속엔 DNA, 즉 유전자 1세트가 쌍가락지처럼 끼워져 있었다. 자양분의 넉넉하고 모자람에 따라 한 몸이 분열하고 합해지는 데서 '완전한 성'을 구가하면서 그 끌어당기는 힘을 잃지 않았다. 20억년 전 단세포 생물이 진화하면서 일어난 천지지성의 대사건이다.

송수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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