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린하이펑 9단 삼성화재배 예선 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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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1960년대 후반 일본 바둑계에 혜성과 같이 나타나 무적의 사카타 에이오(坂田榮男)9단을 쓰러뜨리고 정상에 우뚝 선 '이중허리' 린하이펑(林海峰)9단. 그는 일본에선 명인이자 본인방(本因坊)이었으며 자신이 성장한 대만에선 대국수(大國手)로 불렸다.

이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던 林9단이 자존심을 접고 삼성화재배 예선전에 참가해 화제다.

어디를 가도 대접이 보장된 林9단이 항공.숙박 등 모든 것을 자비로 해결해야 하는 삼성화재배 예선전에 나선다는 건 보통 결단이 아니다.

42년 생이니까 올해 만58세. 그는 이제 수십명이 바글거리는 예선 대회장에서 한국.중국의 어린 기사들과 대국해야 한다.

하지만 '신사' 라는 별명을 지닌 林9단은 바둑 그 자체를 워낙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격식에는 신경을 쓰지않는다. 다만 혼자는 좀 심심할 것 같아 두살 연상인 구도 노리오(工藤紀夫)9단과 같이 왔다. 구도9단 역시 국제대회에 때로는 일본 팀의 단장으로, 때로는 대표선수로 나타나는 독특한 인물.

林9단은 탁월한 자기관리로 30여년을 정상에서 활동해왔다.

이창호9단과 세계대회 결승전을 두기도 했는데 이후 李9단은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주저없이 林9단을 지목하게 됐다.

그가 열고 있는 연구실은 누구에게나 오픈되어 있는데 이 연구실은 일본에서 대만 출신들이 크게 비약하는 밑거름이 됐다.

온화한 성격의 林9단이지만 결혼 당시 중국 최고위층의 중매를 거절하고 첫사랑을 지킨 사연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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