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플랫폼에 서있다 석탄가루 세례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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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철을 자주 이용하는 시민으로 며칠 전 서울 신길역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동료와 함께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역에 정차하지 않고 그냥 통과하는 열차가 지나간다' 는 안내방송이 있은 뒤 곧바로 석탄으로 보이는 검은 가루를 칸칸마다 가득 실은 화물열차가 지나갔다.

문제는 그 열차에 뚜껑은 커녕 가리개 천조차 덮여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열차가 지나가면서 바람이 일자 시커먼 가루가 하늘로 흩뿌려졌고 안전선 바로 바깥에 서있던 승객들은 모두 화들짝 놀라 얼굴과 몸을 가리기에 바빴다.

아마 그 열차는 지방에서부터 검은 가루를 싣고 올라왔을텐데 뚜껑조차 없이 운행했다면 상당량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았을까.

열차가 통과하는 모든 역에서 다른 열차를 기다리며 서있던 수많은 승객들이 날리는 검은 가루로 인해 큰 불편을 겪었을 것을 생각하면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철도 당국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또 철로 주변의 깨끗한 환경을 고려한다면 화물열차들이 반드시 뚜껑을 닫고 운행하도록 조치해 주기 바란다.

홍민기.서울 양천구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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