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몸 '입체영상'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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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002년 말이면 이승에서 죽었던 한 남자가 사이버공간에서 제2의 생명을 얻는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피부에서 오장육부까지 몸 전체가 입체 디지털 영상으로 바뀌어 우리나라 사람의 몸 연구.교육용으로 사이버공간에서 영구히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2004년에는 여자 영상도 제작된다.

개발팀은 연구개발정보센터와 서울대.아주대 공동연구팀. 정보통신부와 한국전산원이 5년 동안 약 5백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한국인 인체에 대한 입체 영상 제작은 이번에 처음 추진하는 것이다.

그동안 인체 영상은 미국에서 1994년, 96년 각각 백인 남.여 시신으로 만든 '비지블 휴먼' 을 들여와 의대.연구소 등에서 교육.연구용으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 영상은 평면인 데다 가상해부 프로그램 등도 없다. 더구나 한국인 신체 구조와는 달라 우리나라 사람 몸 교육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개발에 나선 것이다.

연구개발정보센터는 인체 입체 영상이 만들어지면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학교.연구소.일반인 등 누구나 이를 인터넷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비지블 휴먼' 은 한 본당 약 2백만원이다.

입체 영상은 한국인 표준 체형의 남자를 대상으로 하며 기증된 시신 중에서 찾는다. 안팎으로 눈에 띄는 손상이 없어야 한다. 3개 연구팀의 역할은 나눠져 있으며 고도의 기술을 동원한다.

서울대와 아주대는 시신을 급속 냉동시켜 머리에서 발끝까지 1㎜ 두께로 통채로 썬다.

그러면 몸 전체는 약 1천7백50장 내외의 얇은 조각이 되는 데 한장한장 자를 때 마다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두 대학은 시신 절단에 앞서 같은 두께로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먼저 해 두가지 영상을 만들어 둔다.

입체 영상을 만들 때 인체 절단면 영상과 비교, 정확한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연구개발정보센터는 이 세가지 영상을 넘겨 받아 입체영상과 가상해부 영상으로 바꿔 인터넷에 띄울 수 있도록 한다.

이 영상이 만들어지면 온 몸을 층별로 나눠 가면서 인체의 구조를 익힐 수 있다. 수평.수직 방향의 절단면, 특정 부위의 가상 해부와 수술 등도 가능해진다.

심장을 예를 들면 혈관을 연결, 박동이 일게 하거나 혈관을 제거한 심장 영상만을 관찰할 수 있다.

그만큼 이 영상의 응용범위가 넓다. 이 영상을 보게 되면 서양인과 한국인의 차이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연구개발정보센터 홍순찬 사실정보사업실장은 "여자 영상을 만든 뒤에는 남.여 태아에 대한 영상 제작에 나설 계획" 이라고 말했다.

태아의 신체 구조는 일반인 신체구조와 상당히 달라 교육.연구를 위해서는 별도의 영상이 필요하다.

사이버공간에서 새로 태어날 두 남녀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의학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할 전망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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