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험대 오른 외교역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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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번 주 외교통상부는 눈코뜰 새 없는 한 주가 될 것 같다.

26일 태국에서 열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담을 계기로 사상 최초의 남북한 외무장관 회담이 열린다.

북한 백남순(白南淳)외무상은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말고도 미국.일본.캐나다 등 여러 서방국 외무장관을 만나 북한 외교의 국제사회 '진출' 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게다가 29일에는 남북한 장관급 회담이 서울에서 막을 올린다.

급변하는 정세 변화는 우리의 외교 역량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한국은 ARF 가입 등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을 적극 지지해 왔다.

서방국과의 수교 노력 같은 북한의 정책 변화와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결정적인 계기가 맞물려 이제 북한으로서도 돌이키기 힘든 상황이 조성됐다.

거꾸로 우리에게도 서방국 사회는 더 이상 북한의 부재(不在)를 틈타 배타적 기득권을 행사하거나 반사이익을 기대할 공간이 아니게 됐다.

어제 폐막한 주요 8개국(G8)정상회담이 특별성명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한의 노력' 을 지지한 것은 국제사회가 남북한 '동반자 시대' 를 비상하게 주목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북한이 국제무대에 정착하기까지는 아직 걸림돌이 많다. 미사일 등 대량살상 무기, 테러국 이미지, 인권 문제가 대표적이다.

한국 외교는 북한과 6.15 공동선언에 따른 장.단기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한편, 국제무대에서는 때에 따라 북한과 서방국 사이에서 이들 문제를 중재.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 외교는 강대국들과 북한간의 갈등 요인을 줄이면서 남북한 평화와 공동이익을 증진하는 결코 만만치 않은 외교 게임을 소화해야 할 중차대한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북한과의 공조체제를 굳히려는 중국.러시아와의 지속적인 우호관계, 그리고 한.미.일간의 동반자적 관계를 얼마나 효율적이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인지 그 귀추를 주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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