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개방형 직위제도 정착시간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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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올 초 도입된 개방형 직위제도에 대해 최근 여러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상 처음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부족한 부분도 많고 시정해야 할 점도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비판의 상당 부분이 제도의 미비점을 지적하고 보완을 요구하기보다 제도 자체를 비난하는 것이어서 안타깝다.

개방형 직위제도에 대한 비판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민간인 임용이 너무 적고 민간인을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7월 현재 개방형 임용직위 22건 중 민간인은 4건(18%)으로 민간인 출신이 공무원 출신보다 훨씬 적게 임용됐다.

하지만 이 제도는 민간인을 공직에 채우려는 취지가 아니라 '최적격자' 를 뽑기 위한 것임을 밝혀두고 싶다. 또 우수 민간인 유치를 위해 보수에 상한선을 두지 않았고 임기만료 후에도 재응모가 가능토록 했다.

현재 장관 연봉은 5천7백만원이고 차관 연봉은 5천1백만원인데 비해 일부 개방형직위임용자의 경우 6천만원까지 받고 있다. 따라서 보수가 적다는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둘째, 채용기준이 높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3급 국장 자리의 경우 5급 공채 출신들이 대개 20년은 근무해야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개방형 직위는 박사학위 소지자는 7년, 기타 10년의 경력만 있으면 지원 가능하다. 또 공무원 경력이든 민간 경력이든 상관없다.

결국 기존 공무원에 비해 10년 이상 짧아진 셈이어서 채용 기준이 높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중앙인사위원회도 선발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부처별 선발위원의 절반 이상을 외부인으로 구성토록 하고 있는데, 민간위원들의 점수를 분석한 결과 탈락한 민간인 후보가 선정된 공무원 후보보다 결코 나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무원은 무조건 경쟁력이 없고 무능하다는 전제는 비논리적이다.

셋째, 관료사회의 전반적인 배타성이 개방형 제도를 밀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관료사회뿐 아니라 모든 조직이 배타적 속성을 갖고 있지 않은가.

문제는 배타성을 탓할 게 아니라 새로운 개혁 제도가 기존 시스템에 잘 접목될 수 있도록 건전한 비판의 눈길을 보내주는 것이다.

개방형 직위제도의 도입은 이미 공무원 사회에 획기적인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공직사회 내부에 비로소 경쟁개념이 싹트고 있다는 긍정적 효과가 눈에 띈다.

기존 공직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제시하는 동시에 성실하고 창의적인 업무 수행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또 신선한 시각을 가진 민간인의 영입으로 공직사회가 보다 생산적이고 역동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물론 여러 문제점과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만큼 정착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너무 성급하게 판단해 부정적인 결론을 내리기보다 제도가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주길 바란다.

박기준 <중앙인사위원회 직무분석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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