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에 묻어오는 오염물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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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황사(黃砂)발생 때 대기 중의 다이옥신 농도가 평상시의 3배 가까이로 치솟는다는 부경대 옥곤(玉坤)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황사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다이옥신은 최근 미국 환경청(EPA)이 60여종의 환경호르몬 중 암과 기형아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한 물질이다.

비록 당장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런 물질이 황사 때 증가한다는 것은 그동안 밝혀진 중금속 함유 이상으로 주목해야 할 사실이다.

또 벨기에 돼지고기 파동에서 확인된 것처럼 토양.먹거리 오염뿐 아니라 대기오염을 통해 다이옥신의 위협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 실태.문제점〓중국 고비사막 등에서 발생한 황사는 편서풍을 타고 매년 서해안 일대로 날아든다. 올해에만 지난 3월 7일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강릉.대전.대구.전주 등에서 35회나 발생했다.

황사 때 다이옥신이 늘어난다는 것은 경유지인 중국의 대기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은 산업화와 동부 해안 중심의 과도한 개발로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한 환경오염 상태를 보이고 있다.

미국 세계자원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 대도시 대기오염 실태 보고서' 에 따르면 10대 오염도시 중 9곳이 중국에 몰려 있고, 특히 석유화학.정유.제강공장 등이 몰려 있는 간쑤(甘肅)성의 성도 란저우(蘭州)는 총 먼지량이 세계보건기구(WHO) 허용치의 8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같은 오염상태로 볼 때 중국의 대기 중 다이옥신 함유량이 우리보다 훨씬 많은 상태며, '이런 대기가 ' 황사를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되고 있음을 玉교수팀의 연구가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연구팀은 황사 때의 다이옥신 농도가 당장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지만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대기상태로 인체에 흡입되는 것도 문제지만 연간 최고 1백만t으로 추정되는 황사량을 감안할 때 다량의 다이옥신이 토양에 축적되고 상수원 등에 가라앉아 식탁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돼지고기 다이옥신 파동을 겪은 벨기에의 경우 사료에서 허용치의 60배가 넘는 다이옥신이 검출된 바 있다.

대기 중의 다이옥신이 토양에 축적돼 식물→사료→돼지 순으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玉교수는 이번 연구가 국내에서 황사 피해가 가장 적은 부산에서 시료를 채취한 결과인 만큼 황사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서해.중부 지역의 경우 대기 중 황사 농도가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 대책〓황사나 다이옥신이나 미흡하기 짝이 없다. 황사는 지난해 한.중 환경장관회담 때 장거리 이동 오염물질에 대한 공동조사를 구체화하고, 올 2월엔 베이징(北京)부근 1.5㏊에 1천그루의 측백나무를 심는 등 양국이 공조를 취한다는 원칙만 논의한 상태다.

다이옥신 대책도 마찬가지다. 대기는 물론 토양.어패류.육류 등 먹거리에 대한 다이옥신 검사체계도 없다.

쓰레기 소각장의 다이옥신 배출량을 조사하는 정도이고,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산모 초유에서 다이옥신이 나왔다고 발표한 게 고작이다.

반면 선진국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WHO와 EPA는 다이옥신 하루 섭취 허용량을 종전의 10pg에서 1~4pg으로 낮춘 데 이어 1pg으로 더 강화할 움직임이다.

일본도 1997년 다이옥신의 대기환경 기준치를 0.8pg으로 정했다가 지난해 다시 0.6pg으로 낮췄다.

정부는 玉교수팀의 연구에 대해 현재로선 조사 결과를 1백% 신뢰할 수 없지만 국립환경연구원 등 전문기관과 공동 조사를 벌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세대 신동천(申東千.예방의학)교수는 "황사 등 장거리 오염물질에 대한 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한 뒤 종합 대책을 세워야 한다" 며 "쓰레기 소각로.유해화학물질 관리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 조사방법〓연구팀은 부경대 옥상에 다이옥신 시료 채취용 기기를 설치하고 시료를 채취했다. 올해의 경우 황사가 나타난 3월에 네차례, 황사가 없었던 3월과 4월에 세차례 채취했다.

주로 오후 2시쯤 기기를 작동, 다음날 오후 2시까지 24시간 연속 채취한 것을 1개의 샘플로 삼았다.

시료는 시약처리를 해 다이옥신을 추출→농축→정제→분석 과정을 거쳤다. 한 샘플을 분석하는 데 평균 2주 정도 걸렸다.

샘플은 다이옥신 분석기인 GC/MS(고분해능 가스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장치)로 분석했다.

부산〓강진권 기자,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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