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왕따' 탈출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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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올해 초부터 유럽의 '왕따' 신세였던 오스트리아가 다른 나라들과 화해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올해 초 극우주의자인 외르크 하이더가 이끄는 자유당이 연립정권에 참여했고 그때부터 유럽연합(EU) 회원국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받았다. 하이더가 나치를 찬양하고 각종 인종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 전체가 들고일어나 성토하고 등을 돌리자 당황한 오스트리아는 갖가지 유화 제스처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외국인.소수민족 권리 증진이다.

오스트리아의 4개 정당은 지난 7일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함으로써 자국에 거주하는 소수민족들을 보호하고 고무한다' 는 내용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헝가리와 인접한 부르겐란트주에선 요즘 교통표지판을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다. 헝가리.크로아티아계 소수민족들이 많이 사는 50여개 읍.면에서 이들 언어로 적힌 새 표지판을 만드는 것이다.

극우주의자 하이더의 텃밭인 카린티에서조차 2차세계대전 이후 독일어권 주민들로부터 멸시를 받아온 슬로베니아어가 사용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내무부는 지난달 말 공직자들을 감시하고 권력남용을 조사하는 인권자문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결과적으론 오스트리아내 소수민족 인권이 극우정권 출범 전보다 오히려 개선된 것이다.

이에 따라 EU는 3명의 정치 원로들로 구성된 조사단을 오스트리아에 파견키로 했다. 자유당의 강령과 정치행태, 국내 인권상황 등을 파악해 제재를 계속할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 마르첼리노 오레야 전 스페인 외무장관, 조첸 프로바인 전 독일 판사가 '유럽의 현자(賢者)들' 로 불리는 감독관에 임명됐다.

이들은 20일 첫 모임을 갖는다.

오스트리아는 EU 조사단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평결을 내려줄 것으로 자신하면서도 "제재가 계속되면 EU개혁을 보이콧해야 한다" 는 국내 여론이 70%나 된다는 사실을 흘리며 은근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 대해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해온 프랑스의 태도도 상당히 누그러진 상태다. 프랑스의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담당장관은 17일 "프랑스가 EU의장국으로 있는 동안 오스트리아가 다른 회원국들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는 일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현지 조사 보고서는 9월 말이나 10월 초 나올 예정이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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