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영화 '패트리어트' 역사왜곡 비난 여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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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미 할리우드 대작 '패트리어트' (22일 개봉)와 'U-571' (9월 예정)이 역사적 사실을 크게 왜곡했다는 비난이 미국과 영국에서 들끓고 있다.

미국 독립전쟁과 2차 대전을 각각 배경으로 한 두 작품은 영국군을 나치처럼 묘사하는가 하면 독일군 암호 탈취 활동이 미군만의 활약인 것처럼 바꿔 놓았다는 지적이다.

'패트리어트' 에 대한 비난이 더 거세다.

'패트리어트' 는 미국 독립 전쟁 당시 '늪속의 여우' 란 별명을 지닌 실존인물 프랜시스 매리언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로 멜 깁슨이 그 역을 맡았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 '패트리어트' 는 1백60일 동안 영국에 대한 공격이다. 영화 속에서 잔인한 영국 장교로 묘사된 태빙턴(실존 인물 배니스터 탈레톤)은 영화에서 처럼 짐승같았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고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또 영국 역사학자들은 "이 영화에서 영국인은 악당이고 멜 깁슨은 영웅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늪속의 여우' 로 불린 매리언은 사실 인종 차별주의자이며 인디언을 마구잡이로 죽인 인물" 이라고 주장한다.

'말콤X' 를 만든 흑인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도 "나는 이 영화를 경멸한다" 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영국인들을 마치 나치로 묘사해 관객들에게 혼란을 준다.

특히 독립전쟁 당시 노예들의 활약을 폄하하고 있는데, 영화에서처럼 노예들은 배경에 깔린 것이 아니라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고 말했다.

사상 최대의 액션 블럭버스터로 불리는 'U-571' 도 마찬가지. 영국 언론들은 '패트리어트' 에 이어 이 영화가 선보이자 "할리우드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를 보여준다" 고 말할 정도.

이 영화는 독일군의 암호체계를 탈취하기 위해 미군이 대서양으로 급파돼 벌이는 활동을 그린 작품.

그러나 실제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것은 1941년 5월 영국 해군이 U-110으로부터 암호기계를 탈취한 사건과 42년 10월 영국 해군이 U-599로부터 기상암호를 포착한 사건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암호 탈취의 공이 미군에 있는 것처럼 변모시켜 놓았다.

블레어 영국 총리도 이 영화에 대해 "영국 해군에게 상당히 무례하고 상처를 주는 작품" 이라고 평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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