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인 성공시대] 산업기계에 IT 접목시키니 부가가치 붙더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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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기능이란 무얼 만들어내는 재주죠. 하지만 이제는 그 기능을 어떻게 조합해 부가가치를 내는가 하는 게 중요해요. 다양한 기능을 접목해 좀 더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머리가 필요해요.”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이달(12월)의 기능 한국인’으로 선정한 김회곤(43·사진) 한빛케이에스이 대표의 말이다. 그는 “기능인으로 출발했지만 이런 생각을 끊임없이 한 것이 오늘을 가져다준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래서 그런지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에서 ‘지식경영’이라는 개념을 경영에 열심히 접목하려고 애쓴다. 장비나 공장·자재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사람은 돈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철학에 따른 것이다.

산업인력공단의 중소기업 학습조 지원사업을 적극 도입해 직원의 업무역량 강화와 자기계발을 적극 독려한다. 자신도 틈틈이 연구·향학열을 불태운다. ‘코일 권선기 꼬임 방지장치’ 등 특허를 6건 취득했고, 내년에는 울산대 1년 과정을 밟을 생각이다.

산업기계와 발전기 부품을 만드는 한빛케이에스이는 1998년 직원 두 명으로 울산시 여천동에서 한빛산업기계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10년 만인 지난해에 연매출 177억원, 76명의 직원을 둔 중견 중소업체로 자랐다. 김 대표는 스스로 손재주가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달의 기능 한국인’의 전매특허인 기능올림픽 메달 경력 하나 없다. 부산기계공고 졸업반 때 실습생으로 울산 현대중공업에 들어간 것이 사회 첫발이었다. 그는 현장 기능직보다 외주 공정관리나 거래업체 영업 등을 하면서 ‘경영’과 ‘마케팅’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기능인으로 느끼지 못한 재미도 느꼈다. 술이 세지 않은 그는 저녁 술자리 접대 대신에 매일 아침 거래업체 담당자 자리로 출근했다.

“처음엔 냉담했던 담당자들도 끈질기게 설득하고 공을 들이다 보면 마음을 돌려 거래를 텄어요. 제가 시골에서 어렵게 자라 잡초 근성은 좀 있었거든요.(웃음)”

‘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자주 들기 시작했다. 사업을 하려면 영업 노하우와 인맥을 열심히 쌓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현대중공업 13년 생활을 뒤로하고 1997년 마침내 사표를 내고 회사를 차렸다. 때마침 외환위기가 찾아와 그냥 주저앉을 뻔했지만 “10년 넘게 대기업에서 익힌 전문 기술과 영업 노하우 덕분에 버텼다”고 회고했다.

“요즘은 기능에 정보기술(IT)을 응용해 센서화·자동화되고 있어요. 이제 손기술과 기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해 융합기술을 만들어내고 이를 새로운 분야에 접목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 대표는 기능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홀대가 여전하다고 본다. “예전에는 마땅히 할 것 없는 사람한테 기술을 배우라고 했죠.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독일·일본·스위스 같은 선진국 수준의 사회적 대접을 해줄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홍승일 기자

◆이달의 기능 한국인=국내 우수 기능인의 창업 등 성공사례를 발굴해 널리 알리기 위해 2006년 8월 정부가 제정한 월례 포상제도. 한국산업인력공단의 6개 지역본부와 18개 지사, 노동부 지방관서에 서류를 갖춰 응모하면 된다. 웹사이트(www.hed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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