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최대파벌 하시모토파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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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일본의 집권 자민당내 최대 파벌인 오부치(小淵)파가 13일 하시모토(橋本)파로 옷을 갈아 입었다. 파벌 오너인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 총리가 타계한 데 따른 조치다.

1998년 오부치 총리 취임과 더불어 파벌을 꾸려오던 와타누키 다미스케(錦貫民輔)회장이 최근 중의원 의장이 되면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전 총리가 뒤를 이었다. 총리 경험자를 파벌 회장으로 추대한 것은 이례적이다.

하시모토파 등장에 다른 파벌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하시모토파가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 이후를 겨냥한 땅고르기에 나섰다는 관측 때문이다.

모리는 이미 구심력을 잃었다. 내각 지지율은 좋아질 조짐이 없고, 당내 인사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현재로선 내년초 중앙부처 개편 때나 늦어도 내년 7월 참의원 선거 전 퇴진이 유력하다.

따라서 하시모토의 전면 등장은 하시모토파 집권 포석이란 인상을 준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첫째는 수의 논리다. 하시모토파는 지난 총선에서 유일하게 세를 불려 소속 의원이 97명이다. 모리(森).가토(加藤)파보다 30여명이나 많다. 총재 선출 때 입김이 셀 수밖에 없다.

두번째는 파벌 결속력이다. 전신(前身)인 다케시타(竹下).오부치파는 최대 파벌이면서도 '철의 단결' 을 과시해왔다. 오너가 아닌 하시모토는 집단 합의제로 그 전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하시모토의 개인적 역량이다. 총리 재임 중 추진했던 행.재정 등 6대 개혁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나이도 62세로 젊은 축에 속한다. 13일 밤 열린 하시모토파 소장층 모임에선 벌써부터 하시모토 총리 추대 얘기가 돈 것으로 전해진다. 야마사키 다쿠(山崎拓)전 정조회장이 "하시모토는 후진 양성에 전념해주기 바란다" 고 견제하고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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