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정보센터' 설립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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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내에서 제작된 영화 관련 자료를 보려면 한국영상자료원에 가면 된다. 또 국내에서 출판된 책은 국립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작곡가들의 창작곡 악보.음반을 한데모아놓은 곳은 아무데도 없다.

외국에서 한국 작곡가 관련 박사학위 논문을 쓰거나 한국 작품으로 졸업 연주를 하려면 방학을 맞아 귀국해 국내 작곡가들의 작업실을 찾아가야 한다.

창작 국악은 좀 나은 편이지만 '원스톱 민원처리' 가 불가능하기는 마찬가지다. 악보 구하기조차 이토록 번거로우니 오케스트라나 연주자들이 창작곡을 자주 연주할리가 만무하다.

작곡가들은 후세의 연주자들을 위해 자비를 들여 어렵사리 출판한 악보를 도서관에 기증하지만 비좁은 서가에서 천덕꾸러기가 되기 일쑤다.

작곡가의 신작 악보.필사본.녹음을 소장하는 현대음악정보센터가 없어 창작진흥은 물론 음악의 국제교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음악의 국립도서관' 같은 역할을 하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예술연구소(소장 김춘미)가 5년에 걸려 올해초 단행본으로 펴낸 '한국작곡가사전' 에 담긴 9백여명의 작품목록이 전부다.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음악정보센터협회(http://www.iamic.ie)에는 산하에 캐나다(CMC).호주(AMC).일본(근대음악관).이탈리아(AMIC).독일(MIZ).프랑스(CDMC).영국(BMIC).오스트리아(MICA).핀란드(FIMIC)등 36개국 40개 센터가 가입돼 있다.

대부분 문화부나 음악협회 산하의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설립, 음악저작권협회.예술진흥기금.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운영 중이다.

현대음악을 진흥.보급하기 위해 설립된 이들 각국 음악센터에는 악기편성.연주시간에 따라 작품을 검색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 있어 연주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악보 수집.대여.복사 업무는 기본이고 작곡 콩쿠르와 현대음악 연주회도 직접 개최한다. 또 학생들의 단체 견학 등으로 음악교육의 센터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아메리칸 뮤직센터(AMC)는 1939년 애런 코플랜드.하워드 핸슨 등 6명의 작곡가가 결성한 현대음악정보센터.

그동안 '작곡가와의 만남' 등을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해왔고 팩스.전화.이메일을 통한 현대음악 정보 제공, 정보지 '뮤직 투데이' 와 웹진(http://newmusicbox.org)발행.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미국에서 현대음악 연주가 활발한 것은 AMC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음악평론가 민경찬(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는 "지금까지 현대음악 분야의 국제교류는 물론 창작곡 연주는 연주자와 작곡가 사이의 개인적 친분으로 이뤄진 게 대부분" 이라며 "음악정보센터 설립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고 보급하는 현대음악의 프로모터 역할을 맡겨야 한다" 고 말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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