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엽 전 고려대총장 중국 문화훈장 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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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평생을 중국 연구에 바쳐온 김준엽(金俊燁.80.전 고려대 총장)사회과학원이사장이 11일 중국 교육부로부터 문화훈장에 해당하는 '중국어언문화우의장(中國語言文化友誼奬)' 을 수상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인이 중국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상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건국 50주년을 기념해 제정한 것으로 ▶한어(漢語)교육▶한학 연구▶중국어언문화 소개 ▶중국과의 우의 증진 등에 공이 큰 외국인에게 수여한다.

올해 처음 수여되는 이 상은 중국 교육부가 전세계 중국대사관으로부터 1백48명의 후보를 추천받아 면밀히 심사한 끝에 金이사장을 비롯, 태국의 공주 등 모두 4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44년 2월 일본군에 강제 징집돼 중국 장쑤(江蘇)성의 쉬저우(徐州)로 온 金이사장은 기회를 틈 타 탈출한 뒤 곧 중국 항일유격대에 참가, 항일활동을 펼쳤다.

4개월여 동안 중국 전우들과 생사를 같이 하며 유격전을 벌인 金이사장은 충칭(重慶)한국임시정부에 합류해 광복군 활동을 시작했다.

일본이 패망하자 金이사장은 현재 베이징(北京)대학과 합병된 중국국립동방어전문대학에서 한국어 강사로 교편을 잡는 한편 난징(南京)국립중앙대학교에서 중국의 근대사를 연구, 본격적인 학문의 길로 나섰다.

49년1월 한국에 돌아와 고려대에서 중국 근.현대사 강의를 시작한 金이사장은 55년 중국학회, 81년 중국학연구회, 89년 중국유학인회를 잇따라 설립했다.

특히 88년부터는 베이징대학과 푸단(復旦)대학 등 중국 8개 대학에 한국학 연구소 설립을 지원하기도 했다.

91년부터 95년까지 그의 초청에 따라 한국을 방문한 중국학자 수만도 1백13명에 달한다.

이처럼 한.중 학술교류 발전에 이바지해 온 그의 열정은 지난 97년 베이징대학에서 펴낸 도서 '당대 중한관계' 에 별도 장(章)이 마련돼 상세히 기술될 정도로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의 천즈리(陳至立)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직접 상패를 받은 金이사장은 "후학들이 더욱 노력해 한.중 발전에 힘써 주기 바란다" 는 소감을 유창한 중국어로 피력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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