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켄타우로스의 비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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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타우로스의 비평, 김형중 지음
문학동네, 430쪽, 1만5000원

2000년 문학동네로 등단한 저자의 첫번째 평론집. 김형중씨는 김연수·백민석·김종광·류소영 등 1970년 전후 출생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하는 작업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80년대 끝자락 또는 90년대 초입에 대학을 다닌 그들은 유신정권의 개발독재, 컬러TV 방영, 스포츠 산업과 문화산업의 대대적 확장, 전교조 출범, 동유럽 사회주의권의 몰락, 91년 분신정국 등 역사적 체험들을 작품 속에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내 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그들이 곧 한국 소설의 주류를 점할 기세고, 따라서 그들의 소설을 지켜보는 것은 한국 소설의 미래를 지켜보는 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령 소설가 김경욱의 작품 세계는 ‘젊은 영화 도상학자의 초상’이라는 글을 통해 분석했다. 김씨는 김경욱이 영화를 소재로 소설을 쓰거나 소설 속에서 영화적 비유를 즐겨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영화 장면에 따라 현실을 재구성하는 단계에까지 나아갔다고 분석했다. ‘켄타우로스적 비평가’라는 용어는 이탈리아 출신 문학이론가 프랑코 모레티가 사용했다. 형식주의적 비평과 사회학적 비평이 절반씩 필요하다는 뜻이다. 켄타우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半人半馬)의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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