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MD 체제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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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러시아와 중국 등의 강력한 반발 속에 미국이 8일 강행한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 구축을 위한 3차 실험이 실패함에 따라 미국이 이 계획을 계속 추진할지 여부가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

NMD는 미국을 향해 날아오는 적국(敵國)의 미사일을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대기권 밖에서 폭파시킨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이날 오후 1시19분(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모조탄두와 교란용 풍선을 실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며 21분 뒤인 오후 1시40분에 태평양 마셜제도 콰잘레인 기지에서 요격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나 요격미사일은 발사 뒤 추진로켓에서 분리되지 않았다. 미국은 이번까지 세 차례의 NMD 실험을 강행했다. 지난해 10월 실시한 1차 실험은 성공, 올 1월의 2차 실험은 실패였다. 이에 따라 미 정부와 군 당국은 이번 3차 실험에 큰 기대를 걸어왔다.

이번 실험이 성공하면 클린턴 대통령은 NMD 실전배치 여부를 올 가을에 최종 확정할 방침이었다. NMD 배치가 결정되면 미 국방부는 알래스카 기지를 시작으로 오는 2005년까지 NMD 체제를 만들 계획이었다.

자크 갠슬러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이번 실험이 실패로 끝났지만 오는 2005년까지 NMD 실전배치 완료가 가능한지를 다시 평가할 것" 이라고 말했다.

◇ 향후 전망〓NMD계획은 상당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NMD계획의 기술적 실효성과 전략적 가치에 의문을 표시했던 반대론자들이 그만큼 힘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적어도 새 정권이 들어서는 내년까지는 계획이 진전되지 못할 운명" 이라고 진단했다.

현재의 구상대로 2005년까지 알래스카에 요격미사일 20기와 탐지 레이더기지를 세우고 2007년까지 미사일을 1백기로 늘리려면 내년부터는 건설공사가 시작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요격의 실패로 모든 일정의 즉각 연기 또는 폐지론이 대두됐다.

민주당 바이런 도간 상원의원은 "실험 실패는 클린턴 대통령이 계획추진을 발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 지적했다.

NMD 확대를 주장해온 공화당 대통령 후보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는 "실험결과는 실망스럽지만 불량국가의 공격이나 우발적 발사의 위험을 감안하면 NMD 개발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 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은 "NMD에 관한 최종 결정권은 전적으로 클린턴 대통령에게 있다" 며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백악관도 실험결과가 최종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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