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트 장병증' 이영은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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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병동 805호. 오는 22일 돌을 맞는 李영은(여.경남 창원시 신월동)양은 남들처럼 푸짐한 돌 잔치상을 받을 수 없다.

소화능력이 없어 구토와 설사를 반복하는 희귀병에 걸려 왼쪽 가슴에 굵은 호스를 꽂고 영양제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영은이는 태어난 지 며칠 안돼 폐렴과 구토 등으로 마산 S병원 중환자실 신세를 졌다. 영양제와 링게르로 버티던 지난 2월부터는 급작스런 고열까지 왔다.

병원에서는 병명조차 알 수 없어 서울로 가라고 권했다. 결국 어머니 韓남희(34)씨는 영은이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시켰다.

입원 후 석달이 지나 판명된 영은이의 병명은 '터프트 장병증(장점막 異형성증)' . 국내에선 처음 나타났고, 세계적으로도 환자가 10명밖에 발견되지 않은 희귀병이다. 장점막 세포 사이의 연결 물질에 이상이 생겨 일어나는 병이라는 추측뿐 정확한 원인이나 치료법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담당의사인 백남선(白南先.38)교수의 설명이다.

白교수는 "치료를 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영양실조로 살 수 없다. 지금처럼 정맥에 직접 영양제를 주입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패혈증.간경화 등 부작용으로 1~2년도 버티지 못한다" 면서 "장이식 수술이 마지막 희망" 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韓씨와 아버지 李대희(34)씨는 돌도 지나지 않은 딸을 포기할 수 없어 수술을 시키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장이식도 만만찮은 일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수술이라 위험부담이 크다. 장기기증도 받아야 한다. 또 수술비만 1억원 가량이 든다.

아버지 李씨가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며 받는 90만원의 월급으로는 치료비를 대기도 모자란다. 지금까지 든 병원비 9백여만원은 친구와 친척.은행에서 빌려온 돈으로 겨우 충당했다.

지난 주에는 대통령.경남도지사.창원시장에게 편지를 보내고 보건복지부 등 인터넷 게시판에 도와달라는 글을 올렸다. 韓씨는 "영은이가 죽어가는 걸 차마 지켜볼 자신이 없다" 며 눈물로 도움을 호소했다. 문의(02)2040-5863.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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