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최고 그룹 vs 2진 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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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16강전>
○ 딩웨이 9단 ● 이창호 9단

제1보(1~12)=최고 기사 그룹이 있고 그다음 그룹이 있다. 딩웨이(丁偉) 9단은 그다음, 즉 2진 그룹에 속한다. 승부 세계에서 2진이 1진으로 솟구친다는 것은 이무기가 용이 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그건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하늘’의 영역에 속하는지도 모른다. 거기에 승부 세계의 비극이 존재한다. 최근 중국의 추쥔 8단이 그걸 이룰 뻔했다. 만년 2진 그룹의 추쥔이 삼성화재배에서 이창호 9단을 꺾고 결승에 오른 것이다. 비록 쿵제 9단에게 지고 말았지만 세상 천지에서 오직 바둑밖에 모르던 그가 결혼한 뒤 이런 성적을 냈다는 게 놀랍다.

딩웨이는 79년생으로 중국 랭킹 10위 안팎을 오간다. 전형적인 2진의 모습이지만 16세 때인 14년 전 중환배에서 우승할 때만 해도 그는 창하오의 뒤를 이을 최고의 꿈나무였다. 이 판은 이창호의 흑번인데 우상에서 2009년을 뜨겁게 달군 미완성 정석 하나가 펼쳐지고 있다.

흑7의 협공은 백이 ‘참고도 1’처럼 3·3을 파고들 때 A보다는 흑▲ 자리가 더 낫다는 데서 출발한다. 이게 싫어 ‘참고도 2’처럼 둔 실전이 있는데(이창호 대 창하오의 2007년 삼성화재배 결승전) 역시 흑이 두텁다는 평가였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8의 높은 협공에 이어 10, 12로 두는 복잡한 수법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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