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차례] 차례상, 이런 뜻 있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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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돌아오는 추석 명절. 올해도 빠짐없이 햇곡식과 햇과일을 준비해 차례상을 차린다. 해마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음식을 제대로 준비했는지, 제자리에 놓았는지 미심쩍은 게 많다. 성균관 전례연구위원회 황의욱 연구위원에게 차례상 차리는 법을 비롯해 그동안 궁금했던 점을 물어봤다.

▶차례는 왜 지내는 건가요?

모든 윤리 도덕의 근원은 조상 숭배의 정신과 효의 사상에서 시작됩니다. 차례는 조상을 추모하는 전통 의식 중 하나입니다. 좋은 음식을 정성스럽게 준비해 자신을 낳아주고 키워주신 부모와 조상의 은덕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하는 겁니다.

▶차례상을 차릴 때 "밤 놔라 대추 놔라" 말이 많은데….

'가가례(家家禮)'라 할 정도로 지역이나 가정에 따라 제물의 가짓수나 방법 등에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관행적으로 지켜오는 몇 가지 기본원칙은 있습니다. 우선 차례상의 위치는 북쪽입니다. 그렇다고 굳이 방위를 따지는 것은 아닙니다. 방위에 관계없이 지내기 편한 곳에 차리는데 '예절의 동서남북'이라고 해 지방(神位)을 모신 곳이 북쪽이 됩니다. 따라서 제주가 차례상을 바라보았을 때 오른쪽이 동쪽이 됩니다.

<그림 참조>

▶차례상에는 기제사와 달리 밥과 국을 올리지 않고 송편과 떡만 올려도 된다고 하던데….

맞는 말입니다. 추석에는 송편, 설에는 떡국을 올리는데 밥이나 국을 함께 올려도 괜찮습니다.

▶밥과 국을 올릴 경우 밥(서쪽)과 국(동쪽)을 반대로 놓는데 그 이유는 뭔가요?

동양철학의 바탕이 되는 음양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산 사람은 양이고, 죽은 사람은 음으로 보고 밥과 국그릇을 반대로 놓은 것입니다. 홍동백서(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어동육서(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등도 같은 맥락입니다.

▶차례 음식으로 외국산 과일이나 피자.갈비찜 같은 것을 올리면 안 되나요?

차례 음식은 돌아가신 분이 생전에 잡수셨던 것을 위주로 현재 생산해 먹는 싱싱하고 깨끗한 것을 올리는 것입니다. 고인이 생전에 피자나 갈비찜을 즐겨 드셨다면 올려도 좋은데 다른 기본적인 제수를 빠뜨리지 말고 함께 올리도록 합니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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