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디아의 비밀' 가출소녀 모험 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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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어린이들이 꿈꾸는 환상적인 모험은 바닷속이나 우주공간같은 '저 먼 곳' 에서나 가능한 것일까. 사람이 바글바글한 도시, 발디딜 틈조차 없는 대형 미술관이야 모험은 커녕 숨이 답답한 공간일 뿐일까.

'클로디아의 비밀' (코닉스버그 지음.햇살과나무꾼 옮김.비룡소)과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 (메리디스 후퍼 지음.김남중 옮김.국민서관)은 이런 선입견을 여지없이 부수어버린다.

이 책들은 미술관을,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가득한 재미있고 신나는 모험 대상으로 탈바꿈시켰다.

뉴욕 근교에 사는 열두살짜리 소녀의 가출 이야기를 담은 '클로디아의 비밀' .미국의 가장 큰 미술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배경이다.

세상이 지루하고 엄마 잔소리도 귀찮아 가출을 결심한 클로디아는 홧김에 배낭 하나 들고 집을 뛰쳐나가는 켸켸묵은 방법대신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클로디아가 선택한 곳은 '편안한 잠자리가 보장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남동생 제이미와 함께 집을 나온 클로디아는 경비원의 눈을 피해 미술관에 둥지를 튼다.

문을 여닫는 시간에는 발이 안보이게 화장실 변기 위에 숨어있는 신세지만 밤만 되면 마리 앙뜨와네뜨의 화려한 침대에서 잠을 자고 분수대 안에서 목욕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클로디아는 미술관이 단돈 2백25달러에 사들인 천사상이 미켈란젤로의 조각으로 추정된다는 기사를 읽고 이 조각상의 비밀을 캐나간다.

지난 1967년 미국 어린이 문학상인 뉴베리 상을 받은 이 작품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바래지 않은 유쾌한 상상 덕택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 은 상상력이 한층 더 발휘된 이야기. 런던 국립미술관에 걸린 그림 속 개들이 일년에 한번씩 그림을 뛰쳐나와 파티를 벌인다는 설정이다.

그림 속 개들은 매년 아무일 없다는듯 제 집을 찾아 들어갔지만 기여코 사건이 터지고 만다.

때마침 사람들이 남겨놓은 술을 개들이 먹고 정신을 못차려 집을 잘못 찾아들어간 것. 쇠라의 '미역감는 사람들' 의 갈색개가 얀 반 아이크의 '아놀피니 부부의 초상' 속 침실에서 발견되는 등, 다음날 미술관은 바뀌어버린 개들 때문에 소동이 인다.

'클로디아의‥' 이 초등학교 고학년용 장편동화이고 '세상에서 가장‥' 은 저학년용 그림동화라는 점에서 서로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어린이들이 미술관을 친숙한 공간으로 느끼게 도와준다는 장점을 공유하고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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