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울릉도 뱃길 추진에 동해시 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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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현재 묵호~울릉도 뱃길에 운항하고 있는 여객선 한겨레호와 씨플라워호. [대아고속해운 제공]


강원도 강릉에서 울릉도 사이 새 항로 개설이 추진되면서 기존 뱃길이 있는 동해지역이 술렁이고 있다.

강릉시는 최근 강릉∼울릉 간 정기 여객선 취항을 위한 해상여객 운송사업 업체로 ㈜씨스포빌을 선정했다. 이 업체는 올해 안에 동해지방해양항만청의 여객운송사업 내인가 면허를 신청, 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이 업체는 102억 원을 들여 초고속 여객선(시속 40노트)을 내년 6월부터 본격 운항할 예정이다. 450t급의 이 여객선(정원 450명)은 강릉과 울릉도 사이 구간을 1시간59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이는 육지에서 울릉도를 연결하는 뱃길 가운데 가장 빠른 것이다. 업체 측은 여객 규모가 늘어날 경우 여객선 규모를 3000t까지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시는 강릉항에 지상 2층, 건축 연면적 473.9㎡의 여객선 터미널을 조만간 완공한다.

강릉시 관계자는 “강릉∼울릉 간 여객선 취항은 수도권 관광객과 울릉도 주민들의 교통불편을 크게 덜어줄 것”이라며 “강릉항이 동해안 지역의 새로운 해양관광 거점항구로 부각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릉~울릉간 새로운 항로 개설 소식이 알려지자 기존 묵호~울릉간 항로를 운영해온 업체와 동해지역 경제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91년부터 이 구간에 한겨레호와 씨플라워호 등 여객선 2척을 운항해온 ㈜대아고속해운은 “업체 선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24일 강릉시에 업체 선발과정과 근거를 밝혀줄 것을 요청하는 정보공개청구서를 냈다.

업체 측은 또 “어선과 요트, 유람선을 수용하는데도 강릉항의 해수면적은 포화상태인데도 여객선까지 운항할 경우 안전에 문제가 있다”며 “강릉시의 행정처리에 법적·행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동해경제인연합회는 27일 성명을 내고 “수도권과의 접근망, 여객선 규모, 소요시간, 현대식 신축터미널 등 사실상 경쟁력에서 앞서는 강릉∼울릉 간 항로가 신설될 경우 동해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동해시어민연합회는 “인근 지역에 새로운 항로를 개설하는 것은 자치단체간 갈등만 조장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연합회측은 28일부터 어민과 사회단체를 대상으로 항로개설 반대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에 대해 강릉시는 “모든 행정절차는 적합하게 이뤄졌다”며 “제기된 안정성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기관에 다시 점검을 의뢰해 미비점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육지에서 울릉도에 이르는 뱃길은 동해 묵호와 경북 포항 등 두 지역에 개설됐다. 이용객은 묵호 27만명(왕복), 포항 38만명(왕복)으로 묵호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 관광객이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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