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택시요금으로 10원짜리 내자 땅에 팽개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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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며칠 전 고교 1학년 딸아이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놓쳐 택시를 타게 됐다.

마침 딸아이의 수중에는 돈이 없어 친구들로부터 돈을 빌렸는데 50원짜리 동전 한개와 10원짜리 동전 다섯개가 포함됐다고 한다.

딸아이는 택시를 잡고나서 "잔돈을 내도 되느냐" 고 택시기사에게 묻자 "일단 타라" 고 해 안심하고 차에 탔다.

그러나 집에 도착한 뒤 요금을 건네자 기사는 "10원짜리 동전을 왜 내느냐" 고 버럭 화를 내더라는 것이었다.

딸아이가 너무 무서워 "집에 가서 1백원짜리로 바꿔올게요" 라고 말하자 택시기사는 동전을 땅바닥에 내팽개친 뒤 욕을 해대고 가버렸다고 한다.

서러워하는 딸아이를 달래면서 그 날 밤을 넘겼지만 두고두고 씁쓸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평소 어른들은 청소년들에게 "돈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돈의 소중함을 모른다" 고 나무라지만 정작 교복입은 학생 앞에서 동전을 내팽개친 택시기사처럼 말만 앞서고 행동은 정반대인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딸아이가 이날 경험을 통해 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지 않을까 염려될 뿐이다.

권문자.강원도 강릉시 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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