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실시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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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호 26면

요즘 중앙은행 출구전략이 뜨거운 감자다. ‘풀어놓은 돈을 언제부터 회수해야 하는가’가 논점이다. 단순히 말하면 기준금리 인상 여부다. 인상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입가에 거품이 일 정도로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그레고리 맨큐(경제학) 하버드대 교수는 기준금리 논쟁은 “마치 신의 존재 여부를 놓고 벌이는 말싸움 같다”고 촌평했다. 정답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끊임없이 갑론을박이 되풀이된다는 얘기다.

돈이 보이는 경제 지표 - 테일러 금리

기준금리 입씨름은 1993년 이후 덜 공허한 논쟁으로 바뀌었다. 존 테일러(경제학) 스탠퍼드대 교수가 제시한 기준 덕분이다. 이른바 ‘테일러 준칙’‘테일러 모형’‘테일러 룰’ 등으로 불리는 수식(아래)이다. 잠재-실제 성장률 차이와 실제-목표 인플레이션 차이 등을 기준으로 가상의 기준금리를 계산한다. 한국은 해외시장 의존도가 높아 대외부문(세계성장률 등) 변화도 계산해 넣는다. 전문가들은 가상 기준금리를 ‘테일러 금리’라고 부른다. 기준금리와 구분하기 위해서다.

국내 테일러 금리는 어느 정도일까. LG경제연구소가 잠재 성장률을 4.5%로 잡고 올 11월 말에 계산한 결과를 보면 1.9~2% 수준이다. 현재 한국은행이 유지하고 있는 기준금리(2%)와 큰 차이가 없다. 미국의 테일러 금리는 -1.9% 수준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유지하고 있는 기준금리는 0~0.25% 수준이다. 기준(0.25%)과 테일러 금리 차이가 무려 2.15%포인트나 된다. FRB 출구전략을 반대하는 쪽은 이 금리차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테일러 준칙을 바탕으로 미래 기준금리도 대충 가늠해볼 수 있다. LG경제연구원이 2010년 국내 성장률을 4.2%, 물가상승률을 2.7%, 세계 성장률을 3%로 잡고 계산한 내년 테일러 금리는 2.7%다. 국내외 경제가 예상대로 회복한다면 한국은행은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2.7% 수준까지는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좀 더 공격적으로 인플레 억제를 원한다면 기준금리를 3%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다.

모든 경제정책이 그렇듯이 테일러 준칙대로 실제 기준금리가 결정되지 않는다. 정치·사회 변수들이 작용한다. 중앙은행가의 직관도 무시하지 못할 변수다.
 



▶테일러 준칙 기본형: 기준금리=물가상승률+실질금리+α(실제-목표 인플레)+β(실제-잠재 성장률). α, β는 가중치로 나라마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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