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통시장 외지업체에 잠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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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부산 유통시장이 서울과 외국의 대형 유통업체에 급속도로 잠식되고 있다.

핵심 상권은 국내.외의 대규모 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향토 업체는 틈새시장을 겨냥을 정도로 위축됐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부산에서 가장 큰 세원백화점이 이달 중 롯데에 팔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롯데가 세원백화점을 인수하면 롯데백화점의 부산 백화점 시장 점유율이 53%에서 65%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백화점의 부산 시장 점유율이 25%에 이르러 두 백화점이 부산 백화점 시장 90%를 장악하게 되는 셈이다.

또 E마트는 내년 6월 연제점, 2002년 12월 화명점을 각각 개장할 계획이다.

E마트는 이들 두 매장이 개장하면 현재 영업 중인 서부산점.해운대점 등 4곳의 매출이 부산 할인점 전체 매출의 10% 이상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부산권 대형할인점 시장은 이미 E마트 서부산점과 홈플러스 서부산점이 80%를 장악하고 있다.

까르푸는 오는 8월 해운대점.장림점을 개장해 부산 매장을 4개로 늘리는 등 부산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부산 경제계는 특히 롯데.현대.E마트 등 국내외 업체들이 부산지역 제품 판매를 기피해 지역 경제에 별도움이 안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주로 수도권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납품받고 있다.

현대백화점 부산점에는 1996년 개장 당시 13개 향토 브랜드가 입점했으나 현재는 4개 브랜드만 남아 있다.

현대백화점에 납품하다 그만 둔 한 업체 관계자는 "지방 브랜드라고 너무 무시해 자존심이 상했다" 고 말하고 "35%에 달하는 백화점 수수료를 떼고 나면 남는 게 없어 나왔다" 고 말했다.

부산 경제계는 이렇게 부산 유통시장에서 서울로 빠져나가는 돈이 연간 3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산경제 가꾸기 시민연대 박인호(朴仁鎬.55)공동의장은 "부산 자금의 역외유출을 막으려면 백화점 등이 현지법인으로 돼야 한다" 며 "백화점.할인점 등에 향토제품이 일정 비율이상 납품 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고 말했다.

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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