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결판 D-2 ‘운명의 주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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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정치권이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보장해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복수노조 허용은 6개월~1년6개월 정도 준비기간을 둔 뒤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칫하면 노사정 합의(4일)가 폐기 처분될 위기에 처했다. 노사정은 중소기업에 대해 타임오프제(근로시간 면제제도)를 도입하고, 복수노조는 2년6개월 뒤에 허용하기로 했었다. 환노위는 26~27일 노·사·정·여·야의 의견을 최종 조율한 뒤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노조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25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복수노조 시행을 앞당기고, 조직 대상이 다르거나 사업장 밖의 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26일 내겠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이나 산별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대상에서 제외해 별도 교섭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전임자 임금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위원회처럼 별도의 심의기구에서 타임오프 상한을 설정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사정은 실태 조사를 거쳐 노동부가 대통령령을 마련토록 합의했었다. 추 위원장의 구상은 정부의 역할을 제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그는 특히 “지나친 처벌이나 강력한 규제로 노조법의 본질을 훼손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임자 임금지급에 따른 처벌조항을 없애거나 완화하겠다는 얘기여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데는 한나라당의 개정안이 큰 빌미를 제공했다. 한나라당은 8일 ‘통상적인 노조관리 업무’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노조법 개정안을 냈다. 같은 당 안홍준 의원 등 11명은 22일 이와 별도로 사용자가 일정 규모의 전임자에게 임금을 주도록 법에 명시하고, 복수노조는 내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하자는 개정안을 냈다. 여당 내에서조차 의견조율이 안 되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은 “정치권의 생각대로 노조법이 개정되면 전임자가 없는 회사도 전임자를 둬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다”며 항의하는 등 경영계의 반발이 심상찮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노사정 합의를 무시하는 쪽으로 개정되면 경영계가 관련 정치인에게 책임을 묻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도 이틀간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그동안 대안을 내놓지 않던 민주노총은 26일 두 제도의 시행과 관련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나섰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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