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캐릭터 '아바타' 만들기 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내게 돌아와 줘. "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유행어가 된 광고카피다. 이 광고에는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핸드폰의 액정 화면에 나타난 차태현의 캐릭터. 울며불며 매달리는 모습을 우스꽝스런 이미지로 처리했다.

대부분 '아이디어가 재미있군' '광고용으로 만든 캐릭터겠지' 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나 이젠 누구라도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 PC통신에 띄우거나 핸드폰으로 상대방에게 전송할 수 있다.

인터넷 캐릭터 업체인 ㈜필론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엔클론(http://www.nclone.co.kr)' 에서 '아바타(avatar)' 라는 개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무료로 만들어준다.

기존 '다다월드' '유리도시'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용자들이 이 사이트에 올려진 가상의 인물이나 연예인 캐릭터 중에서 골라 사용하도록 한 적은 있으나 이용자들이 본인의 캐릭터를 사용하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청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무료 회원 가입 후 본인의 사진을 우편이나 e-메일을 통해 '엔클론' (02-563-4708)에 보내면 된다.

제작 기간은 10일 정도. 지난 5월 서비스를 개시했으며, 요즘은 하루 평균 2천여명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1백명 캐릭터 디자이너들이 있지만 손이 모자라는 형편이다.

'아바타' 의 활용도는 다양하다. 먼저 e-메일에 활용해 보자. 편지의 마지막에 이름이나 서명 대신 자신의 캐릭터를 살짝 집어넣는 식이다. 단순히 이름을 남기는 것보다 친근감을 더한다.

다음은 PC통신의 채팅방. 얼굴을 전혀 모르고 상대방의 ID만으로 대화를 나누는 답답함을 상당 부분 덜어준다. 캐릭터 이미지라 PC통신의 장점인 '익명성' 을 해치지도 않는다.

㈜필론 기획실의 이유미 대리는 " '아바타' 를 이용한 채팅은 실제 모습을 공개해야 하는 '화상 채팅' 의 단점을 보완하고, 상상력과 익명성 등 문자 채팅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 이라고 설명한다. 캐릭터의 채팅방 서비스는 다음달부터 시작한다.

멀지않아 핸드폰에서도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차태현의 영상 메시지를 떠올리면 된다.

각종 메시지와 함께 자신의 캐릭터를 전송하는 것이다. ㈜필론은 한솔엠닷컴 등의 통신회사와 협의 중이며 기술적인 문제는 이미 해결한 상태다. 이 역시 7월부터 서비스할 예정이다.

PC와 핸드폰의 고성능화에 따라 '아바타' 의 발전 가능성도 크다. 감정까지 표현하는 캐릭터는 물론이고 움직임까지 가미해 동영상으로 제작할 수도 있다. 또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보이스 메일을 결합해 캐릭터가 직접 말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편 캐릭터에 얽힌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언젠가 여성 캐릭터를 아름답게 그려줬는데 신청자가 마구 화를 내더라는 것. 알고 보니 남자였다고 한다. 이름과 외모가 너무 여성스러워 빚어진 오해였다.

또 20년전 사진을 보내 주고서 "닮지 않았다" 며 따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60대 할아버지가 "쫄티와 바지를 입혀달라" 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