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기 왕위전] 조훈현-이세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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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싸움꾼들의 끝없는 패싸움

제9보 (186~219)〓패를 하다말고 194까지 대마부터 살렸다. 그 다음 196으로 긴급 회귀. 패는 팻감 부족으로 잘 안되는데 사망 위기에 빠진 우변 백대마가 계속 구조신호를 보낸다.

손이 열개라도 모자라는 상황이다. 지긋지긋해 돌을 던져버리고도 싶을테지만 曺9단은 악전고투 속에서도 끈기있게 두어간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고수들은 자고로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196, 198은 유일한 수단이며 199 몰아 또다시 패. 대부분의 사람은 골치아픈 패를 싫어한다. 패라는 녀석이 워낙 위험한 존재인데다 계산도 너무 복잡해 대개는 미리 타협한다. 사실 우세한 쪽에서는 모양이 와르르 무너지고 상전벽해의 변화가 일어나는 게 좋을리 없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싸움꾼답게 패를 마다하는 법이 없다. "내가 무너지면 너는 온전할 것이냐" 고 외치는 듯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曺9단이야 불리하니 그렇다 치더라도 유리한 이세돌의 살쾡이 같은 호전성엔 감탄이 절로 나온다.

210쪽의 패는 약35집. 199쪽의 패는 그보다 크니 바꿔치기는 백의 손해다.

207의 팻감도 패기만만하다. 209로부터 백대마 전체를 잡아버리겠다는 것인데 210쪽의 패가 남아 있는 점을 생각하면 굉장한 모험이다. 검토실에서는 흑이 207 대신 그냥 208로 잇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한다.

형세는 많이 앞서 있고 208 자체가 워낙 크니 굴욕적이긴 하지만 한발 물러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曺9단은 노타임으로 208로 빵때리고 흑이 209로 두 점을 잡자 210으로 간다. 이젠 백도 일루의 희망을 걸 수 있게 됐다.

패를 이겨 중앙 흑만 잡아버린다면 백집도 근 80집. 흑이 하변을 모두 잡는다 해도 덤을 내지는 못할 것이다(206〓196, 213.219〓▲, 216〓210).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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