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IT] 한·일 관계도 B2B처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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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한.일 양국의 경제협력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향후 진로를 모색하는 한.일경제인회의가 최근 도쿄(東京)에서 열렸다.

일본측은 '일.한 사업 제휴의 전망과 과제' 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일 경제협력의 결과로 생겨난 '부메랑 효과' 및 '지적재산권 문제' 등을 심도있게 지적했다. 이 문제는 일본측 발표자 스스로도 '지긋지긋하다' 고 표현할 정도로 케케묵은 단골 메뉴다.

재미있는 사실은 같은 문제를 바라보는 한국측의 시각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측 발표자들은 오히려 '한.일 기업간 협력' 의 결과로 생겨난 '무역역조 현상' 을 비판하고 기회있을 때마다 이의 시정을 요구해왔다.

이렇게 상반된 시각은 어디에서 출발한 것일까. 한.일 기업간 협력은 그 시작부터 '기술 이전' 과 '수직적 협력' 이라는 기본 틀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협력구조는 35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상호불신' 의 벽을 쌓아왔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과 이에 따른 새로운 기업협력 모델의 등장으로 양국 기업간 협력관계에도 새로운 틀을 짤 수 있게 됐다.

전세계적으로 '전통적 산업' (brick & barrels) 내에서 인터넷을 활용한 기업들간의 협력이 B2B를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B2B는 전자상거래를 통해 기존 기업들의 가치창출 활동(value-chain)을 보다 효과적으로 재설계하기 위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형태의 기업협력은 경쟁기업들 사이에서도 활발하다. GM.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가 자동차부품조달을 위해 공동 웹사이트를 구축했고, 현대.LG.SK상사가 켐라운드라는 화학분야 공동 사이트를 개설한 것이 그 예다.

이는 지금까지 경쟁관계에 놓여있던 양국 기업들이 B2B를 이용해 부품의 공동 조달, 원재료의 공동 구매 및 운반, 신시장 개척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협력할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

한.일 양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에서 윈윈전략을 모색한다면, 인터넷은 전통적 산업에서 수직적 분업구조 형태로 발전해 온 한.일 양국의 기업관계를 수평적 협력으로 바꾸는 통로가 돼 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양국 언어간 자동번역 프로그램의 완성도, 지리적 근접성, 인터넷 분야에서 거대한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시장의 등장과 같은 기회를 적극 활용한다면 B2C 및 인터넷 콘텐츠 분야에서의 협력도 보다 활성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여건들을 활용해 한.일 양국 기업간에 수평적 협력관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누적돼온 '상호 불신' 이 '상호 신뢰' 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나 이동통신의 공동표준 등 민.관을 아우르는 양국의 각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용경 한국통신프리텔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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