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란의 문화예술로 떠나는 여행 ⑧

중앙일보

입력


5세 이상 모든 이들을 위한 무대

<고추장 떡볶이>

우리의 정서와 딱 맞는 작품

2008 대한민국연극대상 아동청소년 연극상 수상, 제17회 서울어린이연극상 우수작품상 및 연기상 수상, 월간<한국연극>이 뽑은 2008 공연베스트 7에 선정.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작품이 바로 <고추장 떡볶이>다.

이 작품은 2008년 1월 초연 이후 매년 겨울방학마다 찾아오는 학전의 레퍼토리 작품으로 정착됐다. <지하철1호선>과 <우리는 친구다>를 제작한 그립스 극장의 원작 을 김민기 대표가 우리이야기로 번안·연출했다.

올해로 3년째를 맞는 이 작품은 우리 정서와 딱 맞아 떨어지는 공연으로 변신,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영화 ‘나 홀로 집에’의 연극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던 형제가 엄마가 없는 며칠 사이, 떡볶이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는 과정을 라이브 음악과 함께 자연스럽게 그리고 있다.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관객들에게 함께 노래를 부르는 시간도 마련해 한층 즐거움을 더했다.

작품은 분명 어린이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초등학교 3학년인 비룡과 유치원생 동생 백호 형제는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가 챙겨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들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는 아이들의 잘못이 아닌 엄마의 과잉보호에서 야기된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갑작스레 병원에 입원하고 남겨진 형제는 배고프고 무서운 밤을 보낸다. 하지만 이들은 곧 밥도 알아서 챙겨 먹고 청소를 비롯한 집안일을 잘 꾸려나가고 급기야 엄마를 위한 깜짝 선물까지 준비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작품은 부모의 진정한 역할이란 아이들이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조금만 어려움을 당해도 부모가 앞장서서 뒤처리를 하는 우리의 현실임을 감안할 때<고추장 떡볶이>는 5세의 어린이뿐만 아니라 5세 이상 부모들도 꼭 봐야 할 공연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떡볶이

<고추장 떡볶이>의 꾸준한 인기 비결중의 하나는 개성 있는 스타일의 학전 어린이 무대다.

이 작품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공연은 바르고 교훈적이어야 한다는 딱딱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어린이들의 일상과 심리를 섬세하게 보여 준다. 스태프들은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보면 단순한 공간도 여느 놀이동산 못지않게 신나는 곳이 된다는 것을 인식했다. 무대에는 부엌이 있고 늘 맛보던 다양한 음식재료들이 등장한다. 어른에게는 익숙한 주방이란 공간이 어린이에게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놀이 공간으로 연출되는 것이다. 실제로 요리가 어린이의 오감자극과 두뇌 개발에 좋다는 평가가 이어져 어린이 요리 프로그램이 늘고 있는 것과도 일맥상통한 부분이겠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아이를 위해서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하지만 비싼 학원, 좋은 옷을 입혀주는 것 이상으로 필요한 것은 일상 속에서 아이가 재미와 여유를 느끼고 자립심을 배워가는 것이다. 이 겨울 아이와 함께 따뜻한 공연을 한 편 보면서 소소한 일상을 공유한다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알차고 값진 연말이 될 것이다.

<문화기획 집단 문화 아이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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