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신앙] 국악인 이용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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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어얼 세상 여러분들 이내 말을 들어보소/김대건 신부 새남터에서 흘린 피는/죽음에서 영생 얻고 오늘날 우리 천주교 씨를 뿌린 순교자가 되었으니/이런 경사가 어디 있느냐/얼씨구 절씨구 만세만세 만만세 김대건 신부님 만만세"

우리 나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축일(7월5일)을 맞아 김신부의 삶과 순교를 판소리에 담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뎐' 이 7월1일부터 5일까지(평일 오후7시30분, 토.일요일 오후4시.7시30분)서울 혜화동 동성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열린다.

'부활의 성가, 통일의 성가' 를 주제로 펼치는 이번 공연은 김신부의 순교정신을 종교.이념.지역과 남북간의 갈등을 뛰어넘어 화해의 시대정신으로 풀어내 우리 소리와 춤에 담아 민족적 공감대를 확산하자는 것.

이 판소리를 작창, 공연하는 국악인 이용배(李龍培.68)씨를 천주교.불교계에서는 '판소리 성직자' 로 부른다.

임방울 명창에게 판소리를 전수받은 이씨는 '흥보전' 등 30여회나 창극의 구성.연출.주연으로 활동하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 국악과 종교의 접목을 시도했다.

석가모니 일대기를 작창한 바 있는 이씨는 17년간 김신부의 일대기를 추적해 이번에 판소리로 내놓았다.

"판소리에는 한민족 특유의 뼈속에서 우러나는 한(恨)의 소리가 들어 있습니다. 하늘에 바라는 구원의 소리라고도 할 수 있는 그 소리에 끝간 데 없는 삶의 깊이, 믿음의 진실이 들어 있습니다."

작품의 주인공과 영혼이 통할 정도로 하나가 돼야 작창도 하고 소리도 낼 수 있다는 이씨는 인간 김대건을 깊이 연구하다가 삶과 신앙의 진리가 오묘함을 깨달아 천주교 신자가 됐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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