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위원장 “현실 정치 사안에 휘말리면 사회통합위 본래 기능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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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고건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장과 환담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가 23일 공식 출범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고건 위원장 등 민간 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위촉장을 수여했다. 이 대통령은 위촉장을 수여한 뒤 “우리 사회가 세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내부를 보면 갈등이 있다”며 “갈등을 극복하면 더 큰 에너지가 모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 갈등을 치유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함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사통팔달(四通八達·도로가 사방으로 통함)’과 ‘화이부동(和而不同·친하되 같지는 않음)’이라는 사자성어로 앞으로의 위원회 활동 구상을 요약했다. 민간 위원인 신달자 시인은 “우리 주변에서는 아직 양극화의 대립이 심각하다”며 “사통위가 앞으로 통합이란 말에 새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수인 박효종 위원은 “우리나라엔 종교 갈등이 없다”며 “이런 것들이 (사회 통합) 모델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윤평중(한신대 교수) 위원은 “사통위를 만들었다고 우리 사회 갈등이 해결될 리는 없다”며 “(사통위가 내놓을) 고언들이 대통령에게 불편하더라도 경청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위원회는 위촉장 수여식에 이어 정부 중앙청사 별관에 꾸려진 사무실 현판식을 열고 활동 방안을 논의했다. 고 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뒤 연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공감을 토대로 활동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제안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책별로 갈등 영향 평가를 실시하고 갈등지수도 개발해 정부 정책에 반영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직에 있을 때 갈등의 현장에서 느꼈던 고민이 많았다”며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게 정치의 본령인데 오히려 정치권 자체가 갈등을 생산하고 있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세종시 갈등과 관련해선 “사통위가 현실 정치 사안에 휘말리면 본기능을 못 한다”며 “규정상 자문기구이기 때문에 근저에 깔린 제도적 개선책에 중점을 두겠다”며 선을 그었다.

남궁욱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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