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연구원 토론회] 주한미군 재배치 어떻게 대응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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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군을 한강 이남으로 옮기고 병력도 줄이는 주한미군 재배치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한.미동맹이 결성 반세기 만에 최대의 변화를 겪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EAI) 외교안보센터(소장 김태현 중앙대 교수)는 최근 두 차례 토론회를 열고 주한미군 재배치의 배경과 우리 정부의 과제를 짚어보았다. 하영선 서울대 교수가 진행한 토론회에는 김병국 고려대 교수,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박철희.전재성.신성호 서울대 교수, 이태환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장훈 중앙대 교수, 한용섭 국방대 교수가 참석했다.

세계에 전진 배치된 미군들이 군사 변환(military transformation)의 일환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병력의 감축과 기지의 후방 재배치가 아니다. 지난 60년간 미군의 전략.군사구조.작전개념은 물론 동맹 자체를 변환시키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방에 고정적으로 주둔하면서 인계철선(tripwire) 역할을 해 온 주한미군과 이에 바탕을 둔 한.미동맹은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제 한.미 양국은 각각의 전략적 강점과 정책의 변화 방향을 잘 반영하는 새 한.미동맹으로 만들어야 할 시점이 됐다. 양국이 다음과 같은 신 안보전략 개념을 갖고 한.미동맹을 발전.강화시킬 것을 제안한다.

첫째, 우리 정부는 미국의 군사 변환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방위전략을 미국과 공동으로 모색해야 한다. 미국이 군사 변환의 일환으로 전 세계 차원에서 미군 기지 재조정과 미군 감축을 하고 있는 만큼 한국이 이를 바꾸기는 힘들다. 또 이 같은 미국의 정책 변화로 동북아에서 경쟁적인 군비경쟁이 발생해 안보의 불확실성과 지역 불안정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둘째, 주한미군의 규모 감소와 후방 이전은 미국의 군사변환 정책의 반영인 만큼 한.미 동맹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따라서 한.미 양국 간에 새로운 안보전략과 군사전략의 수립, 적절한 역할 분담과 임무 조정이 필요하다. 향후 미국과의 정책 협의에서는 기지 이전 문제나 감축의 지연과 같은 작은 의제에 집착하지 말고 한.미동맹의 변환, 신 안보전략의 수립 같은 전략적 의제를 다뤄야 한다. 한.미 간 협의도 정상이나 외교.국방장관 간 회담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셋째, 한국에 주어진 선택은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의 병행발전▶한.미동맹의 지역안보동맹화▶한.미동맹의 확대 및 한.미 간 적절한 역할분담 방식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알맞은 대안은 한.미동맹의 확대와 한.미 간 역할분담이다. 한.미동맹을 확대시켜 미국은 지역안정 및 평화유지를 맡고, 한국은 한반도 방어에 전념토록 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지역기동군화 함에 따라 한반도 방어를 전담하는 한국군이 작전통제권을 환수하고, 지휘체제는 병렬적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군의 군사변환을 적극적으로 도울 필요와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미국의 '군사변환'이란

60년 만에 바뀐 군사 독트린
전세계 미군 신속 기동군으로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군사 변환'이란 독트린 아래 전 세계의 미군을 재배치.재조정하고, 동맹관계를 재정립하고 있다. 이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주관하고 있기 때문에 럼즈펠드 독트린이라고도 한다.

럼즈펠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60년간 지속된 미군의 전방 고정 배치와 인계철선 개념을 버리고, 미군을 유동적으로 운용하면서 신속기동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발표했다. 또 육.해.공군, 해병대가 따로 전쟁하는 게 아니라 전장의 정보를 네트워크로 묶어 동시에 공유하면서 합동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체계를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의 군사 변환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국가들에 전파하기 위해 나토 산하에 연합변환사령부를 신설했다. 미국의 군사 변환은 2020년까지 전 세계에 걸쳐 추진된다.

군사 변환은 테러 세력이 미국의 본토와 동맹국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선제공격이 가능한 능력 중심의 군대로 바꾸는 것이기도 하다. 기존 동맹관계도 미국과 함께 연합 또는 다국적군 형태로 전쟁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변환시키고자 한다.

따라서 부대의 경우 과거의 군단.사단 같은 개념은 없어지고 경량화.중무장화한 스트라이커 여단과 행동부대 등으로 바꾼다. 신속기동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미군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미국은 동맹국들에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보장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대표 집필 한용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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