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학자 임돈희 교수 "지금은 무형문화재 전쟁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지금까지는 세계가 유형문화 위주로 주목해왔는데 앞으론 무형문화가 훨씬 더 각광받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세계박물관대회의 서울 개최는 의미가 상당히 큽니다."

이번 대회를 맞는 민속학자 임돈희(任敦姬.동국대 사학과) 교수는 감회가 남다르다. 단순히 자신이 기조연설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대회를 계기로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국내외의 인식이 바뀌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수나 규모 면에서 유럽 등에 뒤질 수밖에 없는 유형문화유산보다 무형문화 쪽에 훨씬 더 경쟁력이 있습니다."

유네스코가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본격적인 관심을 쏟기 시작한 99년부터 아시아를 대표한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인 터라 세계사정에 빠삭한 그다. 2001년 종묘제례와 제례악, 지난해엔 판소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도 그의 빠른 정보 덕을 톡톡히 봤다.

"아직도 무형문화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나라가 수두룩합니다. 심지어 유네스코도 우리 제도를 배우고 있어요."

93년 제142차 집행위원회를 통해 유네스코가 우리의 '인간문화재(Living Human Treasure)'제도를 권장할 만한 제도로 채택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는 요즘 답답하다. 뒤늦게 다른 나라들이 무형문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우리에게 대드는 기세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당장 강릉단오제의 세계유산 선정 여부도 장담하기 힘든 실정. 이미 100여 국가에서 신청이 쇄도할 정도로 '전쟁'이 시작됐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우선 시급한 게 지난해 유네스코에 의해 채택된 무형문화유산협약 가입입니다. 일본은 물론 중국도 이미 가입했는데… 자칫 잘못하면 빼앗깁니다."

임 교수는 이번 대회가 적어도 아태지역 무형문화유산센터의 서울 유치를 위한 힘받이 역할을 하도록 정부도 분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