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훈대표-김옥두총장 "오해 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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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가 27일 아침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의 어깨를 살짝 감싸안았다.

정균환(鄭均桓)총무.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박병석(朴炳錫)대변인 등이 참석한 당 6역회의에서 徐대표가 보인 이례적인 제스처다.

회의에 앞서 그는 기자들에게 "우리 둘의 협력이 제일 잘되는데. (언론에서) 사이를 갈라놓지 말라" 고 조크했다.

金총장도 "徐대표 거취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는데 이런 일이 생기게 돼 죄송하게 생각한다" 고 깍듯이 예의를 갖췄다.

26일 하루종일 '대표 교체설(적십자사 총재로 이동)→徐대표 불만 표출→청와대 진화' 로 숨가쁘게 전개됐던 상황이 봉합되는 장면이었다.

수습작업은 26일 오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한광옥(韓光玉)청와대 비서실장을 徐대표에게 직접 보내는 것으로 시작됐다.

韓실장은 "계속 당을 맡아달라" 는 金대통령의 뜻을 徐대표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金대통령의 이런 의사가 청와대와 당으로 퍼지면서 8월 전당대회 전 대표 교체설은 쑥 들어갔다.

교체 불가피론을 폈던 고위 당직자도 "지금 상태라면 전당대회 때 徐대표가 그 자리에서 최고위원 경선을 관리할 것" 이라고 한발 뺐다.

徐대표는 기자들에게 "대통령께서 직접(적십자사 총재로)가라시면 나는 간다.

하지만 당 관리능력이 없다, 리더십이 부족하다며 이런 식으로 나가라면 수긍할 수 없는 것 아니냐" 며 '절차상의 문제' 에 비중을 뒀다.

그러면서 그는 동교동계와의 불화설을 의식한 듯 "(동교동계 좌장인)권노갑(權魯甲)고문과 나는 가까운 사이" 라며 "權고문은 나를 대표에서 밀어내려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 고 강조했다.

결국 徐대표 경질설은 金대통령의 의중을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해석한 당 일각의 실수였다는 지적이 당과 청와대에서 많이 나왔다.

권노갑 고문.한화갑(韓和甲)지도위원.김옥두 총장 등 동교동계도 파문 수습에 적극 나섰다.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함께 출마하는 權고문과 韓지도위원 진영간의 다툼으로 徐대표 경질설이 불거졌다는 시각을 덮으려는 데 애를 썼다.

동교동계 한 인사는 "30, 40년을 오로지 金대통령만 모시며 살아온 우리다. 權고문과 韓지도위원간에 갈등이나 불화는 없다" 고 주장했다.

金총장은 특히 "정말로 민주적이고 공정하게 경선을 관리할 것" 이라고 다짐했다. 그렇지만 8월 전당대회 이후 당 대표를 徐대표 같은 '관리형' 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실세형' 으로 할 것인지의 지도부 성격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때문에 이번의 불협화음은 언제라도 재연할 가능성이 있다.

전영기.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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