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망향 50년 시집에 담은 공승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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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나의 아픔' 을 '우리의 아픔' 으로 이해하고 용기를 북돋아준 남북이산가족 모두에게 이 책을 바치겠습니다."

이달 초 50년 망향의 정을 실은 작품들로 첫 시집 '당신' 을 펴낸 늦깍이 시인 공승일(孔承鎰.76)씨. 그는 1950년 1.4 후퇴 때 황해도 해주에서 단신 월남한 실향민이다.

96년 심부전증으로 쓰러진 후 심장박동 보조기구에 의해 목숨을 연명해 가는 처지가 되면서 더욱 간절해진 향수를 시에 담기 시작했다.

'오늘은 섣달 그믐날/유난히 고향사투리 그리워/북녘 연안부두에서/허기진 귀를 세웠습니다.

…'

'연안부두' 처럼 이 시집에 나온 70편의 작품들은 모두 두고 온 고향과 가족에 대한 애타는 그리움이 주제다.

시인 정호승씨는 "그의 시는 우리나라 실향민의 고통을 대변하고 있다" 고 평했다.

해방 후 고향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던 孔씨는 50년 12월 부모형제와 연인까지 모두 두고 혼자 해주를 떠났다.

북의 체제에 순종적이지 못했던 그는 그곳에서 이중삼중의 감시를 받으며 하루하루 고통스런 나날을 보냈었다. 남쪽에서의 삶도 힘들고 외로웠다. 일가친척하나 없는 그는 생업을 위해 공사판 인부로 일하기도 했다.

"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에게는 비슷한 상처가 있게 마련이지요. 나의 시가 그들의 아픔을 달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그는 이달초 자신의 시집 1백여권을 재미동포들에게 전달했고 28일에는 이북5도청 경로대회에서 이산 1세대의 노인들에게 돌릴 예정이다.

글.사진〓왕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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