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독서 캠페인] 초등생 실태와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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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해 초등학생들은 한 학기당 평균 23.3권의 책을 읽었다. 1996년보다 4.9권 줄어든 것이다.

독서 시간도 하루 평균 55분으로 13분이 감소했다. 이는 한국출판연구소(이사장 윤청광)가 성인 남녀 1천5백명과 초.중.고등학생 3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독서 실태 조사 결과다.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갈수록 줄고 있다. TV와 컴퓨터 등 영상.정보매체의 확산 때문이다.독서는 습관이다. 어릴 때 책을 읽지 않으면 어른이 돼서도 책을 멀리한다.

중앙일보는 따라서 유아 및 초등학교 1.2학년을 위한 독서프로그램 '책끼읽끼' 보급을 계기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주제 아래 조기 독서 캠페인을 전개한다.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는 폭력 등으로 자신을 표출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의사소통을 잘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언어를 익히게 하려면 독서가 필요하다.

우선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체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아이에게 개별적으로 적절한 책을 골라주기는 어렵다.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독서 분위기를 조성하려면 아이들 곁에 늘 책이 있어야 하고 책과 아이를 이어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 힐러리 클린턴은 지난해 5월 뉴스위크에 기고한 글에서 외동딸 첼시가 어렸을 때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책을 많이 읽어주었다고 밝혔다.

그는 백악관의 안주인이 된 후 그 때의 행동이 첼시의 지적.정서적 발달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확인하게 됐다고 술회했다.

힐러리는 미국에서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부모가 절반도 안된다며 지난해 가정의 조기 독서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정부도 학생들의 독해력 증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모든 어린이들이 독서 능력을 갖추도록 한다는 방침에 따라 올 한해에만 2억8천6백만 달러를 투자한다.

지난해 8월 일본 의회는 올해를 '어린이 독서의 해' 로 삼자고 결의했다. 이에 부응해 '어린이들에게 더 많은 독서를' 이라는 캠페인이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다.

왜 지금 조기 독서 운동이 필요한가. 아이들을 둘러싼 문화 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컴퓨터 교육이 우선이고, 방과 후에도 학원을 몇 군데씩 다녀야 한다. 책을 볼 틈이 없는 것이다. 시간이 나더라도 전자오락이나 TV시청에 돌아간다. 게다가 부모는 집에서 TV를 보는 시간이 많은데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이 책을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국 정보 고속화사업의 주창자 앨 고어조차 읽기가 배움의 출발점임을 강조하고 있다.

컴퓨터 화면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정보화사회에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가 책을 읽어줘 책과 친숙한 아이들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언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다. 말귀도 잘 알아듣는다. 책 읽는 소리에 귀기울이다 보면 듣기에 대한 집중력이 절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엄마나 아빠의 다정한 음성과 접하면서 정서적으로도 안정된다. " 어린이도서연구회 사무총장 이희정(44)씨의 말이다.

어린이는 연령에 따라 집중력에 차이가 있다. 태아 때부터 5세 미만은 10분, 5~7세는 15분, 7~10세는 20분 정도 소요되는 동화가 적합하다. 그러나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면 시간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또 글자를 안다고 혼자 읽게 내버려 두지 말고 초등학생이 되더라도 한동안 책을 읽어주도록 권유하고 있다.

아동도서 평론가 최윤정(42)씨는 "학교에선 독서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일부 사립학교를 제외하고는 교과과정에 독서 프로그램이 없는 학교가 많다" 며 "무엇보다 '교사와 부모가 어린이 책에 익숙해 있지 않고, '독서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부재가 문제" 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조기 독서 운동이 뿌리 내리기 위해선 학교.부모.사회단체가 삼위일체가 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종 기자

◇ 알림▶책끼읽끼 주문 : 중앙일보 고객서비스센터(전화번호 문의 751-9000).활동중심언어연구소 02-379-1919▶독서 상담 : 02-37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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