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스포츠를 알자] 3. 스포츠 인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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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북한 조정선수들에게 1998년 겨울은 끔찍했다.

98년 여름 아시안게임이 개최지인 방콕의 더운 날씨 때문에 12월에 열리는 바람에 북한선수들은 대회를 앞두고 훈련 장소를 찾기 힘들었다.

압록강과 삼지연 조정장이 꽁꽁 얼어붙어 선수들은 최남단(?) 대동강으로 이동해 갈라진 손으로 얼음을 깨고 훈련했다고 한다. 한 많은 대동강 훈련이었지만 북한 조정선수들은 당시 은메달 4개를 따냈다.

모든 북한 선수들이 조정선수들처럼 훈련 장소를 구하지 못해 고생하는 것은 아니다. 스포트 시설에서만큼은 북한은 한국에 뒤질 게 없다.

북한은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처럼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정치 집회 등을 열기위해 체육시설을 매머드급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88서울올림픽에 대응하기 위해 89년 평양에서 청년학생축전을 개최하면서 북한은 수준급 체육시설을 갖췄다.

91년 남북 통일축구 당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5.1경기장이 대표적이다. 1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주경기장과 축구훈련장 3개, 각종 실내연습장을 갖추고 있다. 평양에는 10만석 김일성경기장을 포함해 대형 경기장이 5개나 된다.

실내체육관으로는 평양축전 이전까지 거의 모든 실내종목 대표팀이 동시에 훈련할 수 있었던 평양체육관이 유명하다.

연면적 2만3천평에 관람석은 2만석 규모로 잠실야구장이 3만석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크기다. 북한대표팀이 청춘거리 안골선수촌으로 옮기면서 최근 롤러스케이트장.전자오락실.기원 등 대중 스포츠시설이 들어섰다.

스포츠 콤플렉스 안골선수촌은 50만평 규모로 주경기장과 실내체육관 9개를 합쳐 5만석을 넘는다. 지난해 현대가 평양에 착공한 아산체육관은 북한측 요구에 따라 미프로농구(NBA)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홈구장을 본따 건설 중이다.

평양에는 골프장.야구장도 있으며 대동강변에 수상스키장과 40레인짜리 볼링장 등이 설치된 레저스포츠시설 낙원관이 붐빈다.

백두산 기슭 양강도 삼지연은 스키장.실내외링크가 위치한 겨울스포츠의 요람이다. 경관이 빼어나며 스키장 슬로프 길이는 총 54㎞로 설계했다. 혜산에서 백두림철선(관광철도)으로 연결된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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