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알뜰살림꾼' 롯데 포수 최기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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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무실점 투수 리드와 홈런포.

롯데 포수 최기문(27)이 투타에서 맹활약하며 매직리그 라이벌 LG에 이틀 연속 영패의 수모를 안겼다.

최는 23, 24일 잠실에서 벌어진 LG와의 2연전에서 가득염.김사율.손민한 등 투수 6명과 호흡을 맞추며 노련하게 리드해 한점도 내주지 않았다.

특히 23일 2년 만에 선발승 감격을 누린 가득염이 5와3분의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할 수 있었던 것은 최의 리드 덕분으로 코칭스태프는 평가하고 있다.

타석에서도 최는 23일 우월 솔로홈런, 24일 좌월 3점홈런으로 이틀 연속 승부에 쐐기를 박는 홈런을 때리며 5타점을 올렸다. 최는 최근 다섯경기에서 4할대의 타율로 방망이에 물이 올랐다.

충암고-원광대를 거쳐 1996년 두산(당시 OB)에 입단한 최는 '숨겨진' 선수였다. 두산에서는 이도형.김태형.진갑용에게 주전자리를 내주어야 했고 지난해에는 홍성흔이 주전포수로 떠오르자 롯데로 트레이드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롯데에서도 공격형 포수 임수혁과 수비형 강성우의 틈바구니에서 마스크를 써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지난 겨울에는 타격에서라도 빛을 보기 위해 스위치 히터로 변신을 시도했다.

그러나 올시즌 팀 주전포수가 모두 부상에 시달리자 그에게 기회가 왔다. 볼 배합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정교하다고 자신하던 최는 밤잠을 설쳐가며 상대 타자들의 타격폼을 연구했다. 그의 리드가 안정감을 찾아가자 투수들도 최를 믿기 시작했다.

외국인투수 기론은 마운드에서 전혀 사인을 보내지 않고 최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

그는 올시즌 박경완.홍성흔과 같은 대형포수로 성장하기를 꿈꾸지 않는다. "우리팀 선발 투수진 모두가 10승 이상씩 챙기게 하는 것" 이 그의 목표다. 반환점을 지난 프로야구 정규시즌에서 롯데가 우승후보로 부상하게 된 데에는 최기문의 숨은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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