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 피플] '피파2000' 1위 이지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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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8면

"못다핀 축구선수의 꿈을 온라인 게임에서 이루고 싶습니다. "

지난 4월 시작된 KIGL(Korea Internet Game League)하계리그 '피파2000'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프로게이머 이지훈(20.한국체대 건강관리학과 1년)씨는 축구선수 출신이다.

숭미초등학교 시절 축구선수로 활동했던 그는 부모의 반대로 중학교 진학과 함께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러나 축구에 대한 애정을 접을 수 없었던 이씨는 컴퓨터로 즐기는 축구게임을 통해 새로운 꿈을 키워나갔다.

"1994년 피파 게임이 나왔을 때부터 축구게임에 빠졌습니다. 비록 그라운드에서 뛰지는 않지만 컴퓨터로 골의 쾌감을 맛보게 되었지요. "

지난해 12월 본격적으로 프로게임대회에 참가했다. 첫 대회에서 8강전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으나 올해 들어선 단 한번도 지지 않는 불패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SBS-인터컴코리아 2000' '현대 바이코리아배 사이버게임대회' 'SBS왕중왕전 한일국가대표전' '경인방송(i-TV) 열전게임챔프 최강자전' 'SBS-하나로통신 멀티게임 챔피언십 대회' 를 차례로 휩쓸었다.

그의 실력에 반한 한국통신프리텔의 n016 구단이 스카웃했고 시즌 중반부터 리그에 출전한 이씨는 중위권에 처져 있던 팀의 8연승을 주도하며 단숨에 공동 1위로 끌어올렸다.

"제 실력이 남들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단지 게임에 몰입하면 할수록 편안해지는 성격 때문에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 같습니다. "

그는 축구선수가 되는 것을 반대했던 부모가 이제는 프로축구 게이머라는 새로운 길을 인정했다는 게 가장 기쁘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대학생이 게임만 한다고 싫어하셨지만 방송에도 나오고 구단에서 월급도 받으니까 기뻐하시더라구요. " 요즘 학기말 시험 기간을 맞아 공부와 게임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씨는 "프로게임 리그에서 첫 발자국을 선명하게 남기겠다" 고 각오를 밝혔다.

글〓원낙연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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