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박물관 1호 보물 (34) 술 박물관 리쿼리움 ‘와인병 컬렉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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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와인병 300년 변천사를 보여주는 유물. 왼쪽부터 연대가 오래됐다. [신인섭 기자]

인류 최초의 술 와인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것은 유리병과 코르크마개였습니다. 지금이야 별 것 아닌 듯 하지만 유리는 칠보(七寶)의 하나로 여길 만큼 귀했답니다. 16세기 들어서야 유럽의 유리 공업이 발달해 유리병 사용이 늘어납니다.

하지만 밀봉 기술은 이를 따르지 못합니다. 병의 입구를 나무마개로 막거나 봉밀로 때우는 식이라 넘어지지 않도록 안정적인 종 모양 병에 술을 담았지요. 단단히 밀봉되지 않으니 와인이 공기와 맞닿아 오래지 않아 식초가 되곤 했답니다.

17세기 들어 코르크 마개가 등장합니다. 탄력 있는 코르크가 병을 완벽히 밀봉시켜 와인의 유통기한도 길어지고 안정성도 높아집니다. 18세기쯤엔 와인병을 눕혀 보관하기 시작합니다. 코르크가 바싹 말라버리면 공기가 드나드는 틈이 생겨 와인이 조금씩 산패되지만, 와인에 젖어 있으면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해 맛과 향이 유지된다는 걸 체험적으로 깨달은 거죠. 그래서 눕히기 편한 키 큰 병이 와인병의 표준이 되기 시작합니다. 사람이 입으로 유리를 불어 만드는 대신 기계가 규격화된 병을 대량생산한 것도 큰 변화입니다. 비슷비슷한 병에 담긴 와인을 구분하기 위해 원산지와 품질을 적어넣는 라벨이 도입돼 오늘에까지 이어오고 있답니다.

이경희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술 박물관 리쿼리움(www.liquorium.com)=세계의 술 역사를 보여주는 종합 술 박물관. 위스키 ‘윈저’와 ‘골든 블루’를 개발한 이종기 영남대 식품공학과 교수가 2005년 설립했다. 이종기 교수 인터뷰는 27일자 중앙SUNDAY에 실린다. 충북 충주시 중앙탑공원 내. 043-855-7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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