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B(아시아개발은행), 한국 성장 전망치 하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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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가 경제 회생에 필요한 핵심 어젠다를 놓쳤다(The government has lost track of the key agenda needed to revive the economy)."

다우존스는 22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주요 국제기구로는 처음으로 한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 결여가 경제 불안을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ADB는 이날 '아시아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외환위기 이후 한때 국제사회에서 칭송을 받았던 (한국 정부의) 개혁이 갈수록 경제성장이냐 부의 분배냐의 논쟁에 의해 좌우돼 왔다"며 "최근 개혁정책의 초점은 점차 재벌의 투명성 제고나 분배 개선, 사회 안전망 강화 등 사회.경제적 문제에 더 맞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ADB는 "이 같은 정책 주안점의 변화가 기업사회를 불안하게 했다"고 진단했다.

ADB는 "정책에 대한 신뢰를 다시 얻고 투자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개혁정책의 초점을 경제적 효율성과 생산성에 맞춰야 한다(To reestablish its confidence and revive investment, the reforms should refocus on economic efficiency and productivity)"고 조언했다.

이날 ADB는 올해 한국 경제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4.8%(4월 전망치)에서 4.4%로, 내년은 5.2%에서 3.6%로 낮춘다고 밝혔다. 불과 5개월 사이 올해 전망치는 0.4%포인트, 내년은 1.6%포인트나 떨어뜨린 것이다.

ADB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곳은 42개 아시아 국가 중 한국.네팔.태국 등 10개국뿐이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8.3%에서 8.8%로 오른 것을 비롯해 한국의 주요 수출 경쟁국인 대만.싱가포르.홍콩 등의 성장률이 모두 상향조정됐다. 일본을 제외한 개발도상국 전체의 올해 성장률도 종전보다 0.2%포인트 높은 7.0%로 전망했다.

ADB는 내수 침체 속에서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이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의 침체 조짐에 따라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우선순위를 경제살리기에 둬야 하는데 (거꾸로) 과거사 청산, 수도 이전, 국보법 폐지에 나라 정책의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며 "이런 분위기에서는 기업이 투자 할 리 없고 경기부양책이 먹혀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박사는 "정부가 국가 의제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했다는 국제기구의 지적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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