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 K2 성공땐 세계 7번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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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8천m급 고봉을 오르려면 체력.등반기술 외에 산소결핍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고소생리학에서는 '신체에서 일시에 산소를 제거하면 5분 이내에 숨을 거둔다' 고 말한다. 5천m 고도의 산소량은 평지의 절반, 8천m는 약 30%에 불과하다.

산소결핍 상태에서는 호흡곤란.피로.무기력.두통.체온저하 등 여러 가지 장애가 나타나며 심하면 폐 속에 물이 차는 폐수종으로 목숨을 잃는다.

에베레스트 초등 이후 8천m급 고봉에서 산소 사용은 필수적이라는 것이 산악계의 정설이 됐다. 그러나 라인홀트 메스너와 페터 하벨러는 1978년 에베레스트를 무산소 등정함으로써 이러한 인식을 바꿨다. 요즈음은 무산소 등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엄홍길 대장이 K2 등정에 성공하면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초로 8천m 14좌 완등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또 전세계에 한국의 등반력을 알리는 좋은 기회도 된다.

전세계에는 8천m가 넘는 고봉이 14개 있는데 네팔과 파키스탄을 잇는 히말라야 산맥과 카라코람산맥에 몰려있다.

인간이 8천m 이상의 봉우리를 처음으로 밟은 것은 22년의 일이었다. 영국 에베레스트원정대가 8천3백26m의 봉우리에 오른 것이다.

인류 최초로 모리스 에르조그가 8천m 고봉의 정상을 밟으면서 세계 각국은 히말라야 8천m 고봉 초등 레이스를 펼쳤으며 64년 중국원정대가 시샤팡마에 오르는 것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오스트리아(3회), 영국.프랑스.스위스(이상 2회), 독일.이탈리아.일본.미국.중국(이상 1회)이 초등의 영광을 안았다.

그후 세계 산악계의 조류는 등정(登頂)주의에서 등로(登路〓새로운 루트)주의로 바뀌었다. 특히 메스너와 하벨러(이상 오스트리아.1978)의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과 메스너의 14좌 완등을 계기로 무산소 등정과 8천m급 14좌 완등 레이스가 주류를 이루게 된 것이다.

현재 히말라야 8천m 고봉 14좌를 완등한 산악인은 메스너.예지 쿠쿠츠카.에라르 로레탕(스위스.95).카를로스 카르솔리오(멕시코.96).크지스토프 비엘리키(폴란드.96).후아니토 오아라사발(스페인.99) 등 6명에 불과하다.

그 중 쿠쿠츠카는 89년 가을 로체남벽 등반 중 8천3백m에서 추락, 운명을 달리했다.

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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