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방] 소설가 김하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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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소설가 김하인(38)씨의 자유분방함은 외모에서부터 확인된다. 붉은 갈색으로 염색한 긴 머리를 대충 뒤로 묶었다. 헐렁한 자켓에 라운드 셔츠를 받쳐있었고, 코가 넙적한 신발에 선글라스까지 걸쳤다.

"뭐 하고싶은 거, 남보다 잘 할 수 있는 거 하면서 사는 게 좋은 거 아입니까. "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서울서 자랐지만 사투리가 남아있다. 삶의 궤적도 여기저기 다양하다.

서울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다시 대구에서 대학을 다녔고, 졸업후 서울서 여러 직업을 경험하고, 최근 강원도 양양 바닷가에 터를 잡았다.

요즘 머물고 있는 서울 강남 계몽문화센터 옆 오피스텔은 영화기획사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얻어준 반지하 빌라. 아무런 장식 없이 컴퓨터와 TV, 그리고 침대만 덜렁 놓여있다.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겠다" 는 생각에서 대구대 특수교육과를 다녔고, 재학중에 동화로 등단했다. 졸업후에는 시를 썼고, 지금은 소설을 쓰면서 영화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

최근 발표한 장편소설 '국화꽃 향기' 는 슬픈 사랑의 얘기를 담은 멜로물이며 '즈무와 12세계' 라는 팬터지도 내놓았다. 이처럼 종횡무진하는 글쓰기에도 나름의 소신이 있다.

"방송사에서 구성작가로 일하면서 대중성이란 점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대중들이 원하는 얘기를 쓰자는 것이죠.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가진 여자가 암에 걸렸다는 얘기를 듣고는 손수건을 흠뻑 적실수 있는 소설을 구상했습니다. 환타지는 제가 가진 상상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자, 앞으로도 많이 읽힐 분야라 한번 시도해본 것이고요. " 읽히는 작가, 팔리는 책에 대한 나름의 소신이다. 순수문학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문학을 넘어 영화에까지 뛰어들었다.

"주위의 권유로 영화만드는 일에 뛰어들어보니 제 생각이나 상상력과 잘 맞아 떨어지더군요. 작가로서 소설을 버리지는 않겠지만 다른 여러가지 일을 함께 할 생각입니다. 적성에 맞으니까요. "

어려서부터 부모와 떨어져 친척집에서 학교를 다닌 탓에 혼자서 상상하는 습관이 붙었다. 지금도 혼자 필요에 따라 훌쩍 자리를 옮겨가며 일한다. '불안정한 삶' 이지만 창작활동을 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자유로운 삶' 이기도 하다. 지표는 하나 "하고싶은 일을 한다" 는 것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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