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각의서 설명한 평양회담 3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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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자주개념 새롭게 정리

평양에서 돌아온 김대중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자주개념에 대해 새로운 설명을 했다.

'통일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간다' (공동선언 제1항)는 대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였다.

과거 북한의 자주론은 '외세(外勢)배격' 이었지만 정상회담을 계기로 외세와 '화합론' 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金대통령은 "미.일과 잘 지내는 게 자주" 라고 설명했다.

金대통령의 이런 논리는 '3단계 통일론' 의 연장선상에 있다.

"남북한이 화해.통일을 해야 강대국들의 이한제한(以韓制韓)을 막을 수 있다" 는 것이다.

문제는 김정일 위원장의 반응이다.

金대통령은 "북측도 이에 대해 이해했다" 고 짤막하게 언급했다.

金위원장의 인식이 확실히 바뀌었다면 남북간에 해묵은 논란을 빚었던 자주 개념이 합의된 것이다.

◇ 金대통령 설명

"그동안 북한에선 자주를 얘기하고, 우리도 한반도 문제는 당사자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우리는 미국.일본과 군사공조를 하고 있다. 북측은 중국.러시아와 우방으로서 비슷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북한도 어느쪽 하고만 잘 지낼 필요가 없다. 미.일과도 잘 지내야 한다. 미 제국주의라고 하고 국민의 원수로 만들어 어떻게 하겠나. 우리도 협조하겠다. 우리가 주변 4대국과 잘 지내면 스스로 화해.협력하고 민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것이 바로 자주다. 북한도 이에 이해했다.

우리 문제는 우리가 해결하면서 주변 4대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우리 민족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게 좋다. 그래서 북한과도 그런 뜻으로 자주를 이해하기로 했다.

과거에는 외세 배격이었는데 그렇게 좁게 보지 말고 나가야 한다. "

이양수 기자

2.북 군부 평복입고 '술잔'

김대중 대통령은 15일 서울공항 도착성명에서 "더 이상 (남북간의)전쟁은 없다" 고 선언했다.

16일 국무회의에서 金대통령은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자는 게 확실해졌다" 면서 이같은 사실을 다시 강조했다.

박준영(朴晙瑩)청와대 대변인은 "그게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이자 결산" 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金대통령은 전쟁공포 해방의 상징적인 의미로 지난 15일 백화원 영빈관 만찬도 예로 들었다. 당시 만찬에는 조명록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현철해(玄哲海) 총정치국 조직담당부국장, 박재경(朴在慶)선전담당부국장 등 군 간부들이 군복이 아닌 평복(平服)으로 참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金대통령에게 술까지 따랐다.

趙정치국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 군부의 정상회담 지지선언을 확인했다.

◇ 金대통령 설명

"우리가 이제까지 적대하고 살아왔지만 북한 주민도 남한 사람과 같은 한 핏줄이다. 이제 다시는 전쟁을 하지말자는 게 확실해졌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 우리 민족이 동족끼리 피를 흘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쪽도 원치 않고 있다. 만찬석상에서 북한 군사관계자가 평복을 입고 나왔고 권주(勸酒)를 했다. 상징적인 것이다.

나는 떠날 때 이런 결심을 했다.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협상하고 쉬운 것부터 이루겠다는 실사구시를 생각했다.

그게 회담 결과에 나타났다. 그쪽에서는 통일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했다. "

박승희 기자

3. 교황초청·북일수교 권유

김정일 위원장과의 단독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 개방의 중개역할' 을 자처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金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스스로 그 사례를 몇가지 밝혔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북 의사를 金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지난 3월 교황을 만났을 때 "한 번 가보시는 게 좋겠다" 고 권유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교황은 "내가 북한에 가면 기적" 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본이 정상회담 직전 金대통령에게 전달을 요청한 북.일관계 개선 메시지도 전했다고 했다.

모리 요시로 일본총리의 메시지도 전했다.

金대통령은 15일 도착성명에서 핵.미사일.주한미군 철수 등 미.일 등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한 얘기도 했음을 밝혔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를 외부국가와의 교류 확대를 통해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유도, 전쟁 재발을 막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대북 포용정책의 또다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 金대통령 발언

"일본이 요청한 북.일관계 개선 메시지를 전했고 김정일 위원장은 이를 접수했다. 金위원장은 '감사히 접수했다고 전해달라' 고 말했다. 아침에 외무장관을 통해 일본측에 통보했다.

김정일 위원장에게 교황의 북한 방문을 초청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가 (지난 3월)유럽에 가서 교황을 만나 북한을 가면 어떠냐' 고 했더니 가고싶어 하면서 '내가 북한에 가면 기적이다' 라고 했다. 김정일이 '교황 연세가 얼마냐' 고 물었다.

그리곤 '그러면 오시라고 하십시오' 라는 말이 있었다. 이것도 외무장관을 통해 로마교황청에 전달했다. 조만간 로마교황의 북한 방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핵과 미사일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고 그쪽의 얘기도 들었다. 이번 계기로 북측도 여러가지 조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법을 포함해…. "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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